편집이사 겸 국장 장충급살 이후 40년, 세광첩도의 독침에 영수국모가 졸하자 와대의 안주인은 외박공주의 자리였다. 불난서국에서 첨단굴기를 연마하던 외박공주는 불시에 혼절할 틈도없이 모후의 자리를 대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오박통이 재규광공의 협검에 졸한 이후 강남삼성에 유폐된 적도 있지만 졸한 박통의 사후첩지가 공개되면서 금오산의 기세가 외박공주에 날개
▲편집이사 겸 국장 출사의 새벽, 장닭이 길게 울음을 토했다. 정유년 원단이다. 와대외박의 자격심사가 불을 밝힌 지난밤, 회자정리를 굵게 써내려간 강호의 잠룡들이 마지막 획을 긋다 멈췄다. 몇날을 직접 횃불로 밤을 도운 양산문공이나 이역만리 원탁에 앉아 불을 바라보던 기문보공은 달랐다. 마지막 획을 긋는 손 끝에 힘이 실렸다. 회자정리 강호출사. 이제 서막
"이 양반아!" "양반이라니, 얻다 대고 양반이야?" 흔히 듣는 이 대거리에서 '양반'이란 말은 조선시대 지배계급이었던 그런 양반이 아니다. 낮춰보거나 경멸하는 뜻이 담긴 말이다. 표변(豹變)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언행이나 태도 등이 돌변해 갑자기 딴사람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소신이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저급한 태도를 비난하는 뜻으로 쓰이지만 원래는 표범이 털갈이를 하면서 아름답게 변신하는 긍정적인 뜻이었다. 수양을 통해 본받고 싶은 인격체가 된 군자의 모습에 비유했다. '창조경제'는 대기업
시류에 혼탁해지는 의미를 경계해 사자성어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던 교수신문에서 올해는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초파일이면 불가의 큰스님이 대중사회를 향해 던지던 화두처럼 교수들도 시대의 흐름에 쉼표 하나쯤 찍는다. 올해의 쉼표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전국 교수 611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로 32.4%가 군주민수를 선택했다고 한다. 군주민수는 강
최근 노동계에서 보기 드문 해고결정 하나가 있었다. 당사자는 현대차 정규직 요구를 관철시킨 최병승 씨다. 법원 판결 후 회사는 그에게 SNS와 내용증명 등 여러 방법으로 수백차례에 걸쳐 "입사절차를 밟으라"는 통보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920일이나 지나도록 거부했다. 이에 회사는 징계위를 열고 '해고'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의 통보는 의미가 없고, 본인도 '근로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직장으로 불리는 현대차에 입사하는 것은 젊은 구직자들의 꿈이다. 그런데도 이
2016년 12월 9일 대한민국 운명의 날이 밝았다. 역사는 이날을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표결일로 기록할 것이다. 기록은 다시 역사의 평가 자료가 된다. 누가 국민의 뜻과 촛불민심을 올바로 새기고 제대로 반영했는지를 담게 될 것이다. 광장의 촛불민심도 나도 탄핵 찬반 투표권은 없다. 이미 우리는 권한을 위임했고 대표자를 여의도에 보냈으니 그들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지난 두어 달간 우리는 많이 놀랐고 많이 부끄러웠고 참으로 분노했다. 일상의 환경은 늘 그대로였지만 패닉과 아노미 상태에서 간난고초의 사바세계를 오롯이
거친 세상이다. 주말마다 촛불이 피어나고 앰프에선 높은음자리가 단연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평화를 이야기하고 질서를 외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거칠기 짝이 없다. 거친 언어는 힘이 있어 보인다. 패명이다. 한자로는 개 짖을 '패'자와 밝을 '명'자다. 앞 동네 개가 둥그런 달이 떠오르자 한껏 짖어댄다. 두려움이다. 그 개소리가 뒷동네로 울리면 뒷동네
'4만대 생산차질과 3조원 손실' 현대차지부가 올 임금교섭 때 세운 기록이다. 파업으로 점철된 이 노조의 지난 29년 기록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그런데도 양이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제 또 두 시간씩 4시간 동안 공장을 멈췄다. 명분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다. 물론 명백한 불법정치파업이다. 파업 전날인 29일에는 기자회견까지 가지며 자신들의 파업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교언영색으로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시켜도 이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심지어 노조의 주인이랄 수 있는 조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 사회의 민낯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편향성부터 군중심리와 숫자에 목을 매는 과시욕까지 감춰온 치부가 낱낱이 길거리로 나오는 중이다. 대통령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검찰이 100만 촛불의 불기운에 달궈져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확인했다는 발표를 하고 야당 당수는 계엄령을 이야기 한다. '빨
두 번의 사과가 있었고 세 번의 시민저항운동이 있었다. 농락 당한 지지자들은 두 번의 사과와 세 번의 거리집회를 넋 놓고 바라봤다. 대선불복부터 세월호에 사드까지 어차피 박근혜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쪽은 허탈할 일도 없다. 그 봐라, 닭대가리 정부, 유신의 적폐, 부패의 종균이 어딜 가겠냐. 비아냥거림이 조롱으로 이어지고 대놓고 하야를 노래할 수 있으니 이
비선 실세들의 명단이 오르내린다. 극비 귀국을 내부자들이 공모했다며 당장 잡아들여라고 야단이다. 공모했다면 당장 잡아들인다고 달라지는 게 없다. 비선 실세라며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 떠들지만 사실은 최순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실체는 대통령이다. 우리가 뽑은 이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국정 농단의 핵심이다. 우병우 사태 때 허물어지기 시작한 청와대의 시스템이 최순
남근을 잘린 처절한 상항 속에서 역사서에 매달린 사마천은 사람의 입을 경계했다. 그가 만든 사기(史記)는 인물열전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입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를 잘 보여주는 잠언록이기도 하다. 바로 그 사기에 '중구삭금 적훼소골'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 헐뜯음이 쌓이면 뼈도 삭힌다'라는 의미다. 말은 입을 통해
"역사에 다소 관용하는 것은 관용이 아니요 무책임이니, 관용하는 자가 잘못하는 자보다 더 큰 죄다." 도산 선생의 말이다. 명치 끝을 때리는 통증을 느낀다. 8월이 지나가고 있다. 광복이든 치욕의 역사든 건국절이든 우리는 제대로 8월을 짚어보지 못했다. 청와대 환관들의 이야기에 감찰 누설 논란, 경찰청장의 뻔뻔한 얼굴에 정치는 연일 삿대질
호가호위(狐假虎威)는 무수한 유사 관용구를 가진 사자성어다. 유교사회에서 관공서 옆에만 살아도 완장을 찬 듯한 것이 우리네 고질병이었으니 백성의 원성이 그만큼 극에 달했다는 이야기다. 초나라 선왕 때의 일이다. 선왕이 "내 듣자하니, 북방 오랑캐들이 우리 나라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그러자 대신 강을이 호가호위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淆)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낙시(燭淚落時)에 민루락(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라.(금잔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만백성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맛 좋은 안주는 백성의 기름이라/ 촛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망소리 높더라." 우리의 고전 에 나오는 시다. 한양으로 떠나 과거에 급제하고 금의환향해 학정을 일삼는 변 사또에게 건넨 시다. 현대차 노조가 벌써 열 번째 파업을 했다. 생산피해액만 1조원이 넘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수사를 유지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같은 야당인 국민의당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김성식 정책위 의장은 "전략적 모호성은 제1야당의 피난처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고 박지원 대표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보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안보를 집권
광적이다. 구어체로 풀어쓰면 지랄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반응을 보이는 중국 이야기다. 외교부장이 국제무대에서 중딩 수준의 짝짓기 외교를 보이더니 이번엔 공산당 기관지를 동원해 연일 미디어 시위에 혈안이다. 화풀이 대상도 선정에 오류가 있다. 박보검이 화풀이 대상이라면 수준이 알만 하다. 중국 인민일보는 사설을
권력은 달콤하다. 백주부의 말 대로 달달함은 모든 미각을 마비시킨다. 달달함에 취해 레시피를 잊고 마구 설탕을 넣다보면 당분의 풍미는 사라지고 혈관까지 채운 달콤함이 육신을 녹여버린다. 하지만 달달함은 과유불급의 레시피만 지키면 말 그대로 달달하다. 그래서인가,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도 "설탕은 식품이 아니라 소화 촉진을 위한 약품"
우연히 공돈을 번 농부는 삽질이 싫어진다. 중국 송(宋)나라 때 이야기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던 농부는 어느날 토끼 한 마리가 자신의 밭에서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아 죽는 것을 목격했다. 농부는 토끼가 또 그렇게 달려와서 죽을 줄 알고 밭 갈던 쟁기를 집어던지고 그루터기만 지켜보고 있었다. 수주대토다. 아무리 기다려도 토끼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변화하
5월 17일 현대차 노사가 올 임금교섭을 시작했을 때다. 몇몇 지인들끼리 '지부가 파업을 할까 안 할까'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다들 나름대로의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한다" "안 한다" "못 한다" "그래도 한다" "할 수가 없다"는 등 갖가지 말들이 오갔다. 그 때 필자는 "설마 그래도"라고 했다. 확신은 서지 않지만 조심스레 희망을 담은 것이다. 필자 나름대로의 근거는 있었다. 무엇보다 경제사정이 안 좋기 때문이다.(경제가 좋을 땐 파업을 해도 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경제수도·산업수도라는 단어가 무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