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호랑이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호랑이 곶감'이 대표적이다. 사람도 잡아간다는 호랑이가 온다고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가 곶감을 준다고 하자 뚝 그친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 호랑이는 어리석기 짝이 없을 만큼 희화화되어 있다. 토끼를 잡아먹으려다 당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호랑이는 우리의 옛이야기에 많이 등장하는 동물이다. 때로는 남을 해치려다가 우스운 꼴을 당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호랑이는 상서로운 동물로 그려진다. 그만큼 우리 민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다. 우리나라 지도가 포효하
그때처럼 비가 내리면최용수당신은 비가 되어 나를 적신다밤마다 살며시 문고리 당기는 빗소리 손길그 둥근 방울을 가슴에 머금으면주르륵 쏟아지는 기억의 조각들당신은 나를 걸어두는 하늘 대들보배고플 때 허한 살강 긁어모아이팝나무 꽃 같은 밥상 차리고발을 절면 잔가시까지 뽑아주었지오늘도, 당신은 비가 되어 내린다 목 타는 콩나물시루에 흥건히 내려 흠집투성이 나를 하얗게 빨아 널고 꿈에서 전하고 가는 말 한 마디 “내가 올 테니 너는 오지 말아라"△최용수 시인: 울산광역시 출생, 2020년 《문학예술》 시 시인상 등단 시집 『참깨 밭에서』『바
집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서 30분 걸린다. 운동 삼아 걸어 다녔다. 그런데 폭염과 장마가 계속되자 버스를 이용해 봤다. 아주 편리했다. 그래서 그 후로도 날씨가 추워진 날은 당연히 버스를 탄다. 서울시내 버스 요금이 1,300원 정도 한다. 교통카드를 이용하므로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르고 사용하지만 큰 부담이 아니다. 담배 한 개피 값이 225원이다. 절반쯤 피우면 버린다. 음식물쓰레기는 따로 모아 처리기에 넣는다. 무게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 보통 한봉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200원 이내다. 종량제 쓰레기봉투 가격도 몇백원이다.
구름 공장우리 동네 건너편엔구름 공장이 많아요커다란 탱크 속에꿈과 사랑 마구 쏟아부어꽃구름 새털구름 양떼구름갖고 싶은 구름은 다 만들어 내어요큰 대포 같은 굴뚝을 통해시골 할머니께도뭉실뭉실 띄워 보내고지붕 위를 바라보는 아이들마음속으로 흘려보내고교실 유리창 너머엔깨끗하고 새하얀 목화솜을펼쳐 널지요그 공장에 다니는우리 아빠자랑스러워요슬도안개가 피어나는 작은 바닷가사나운 뱃길이 잠잠해지길거문고 연주하는 전설의 섬그곳은 아름다운 슬도 랍니다방어진 앞바다 성끝마을 저쪽구멍 난 바위가 악기가 되고달려온 파도가 연주자가 되는슬도라는 무인도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무엇을 하면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이다. 이에 대한 선택만으로도 하루 평균 200개 이상의 결정을 한다. 이렇게 수많은 선택과 결정은 눈만 뜨면 매일 생겨난다. 몇십년 전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가 우리에게 '선택의 역설'이라는 것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많은 옵션 선택이 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시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자들은 선택의 기회가 많아질수록 많은 고민이 발생했고 실험자는 많은 고민 상황에 불만을 제시해 이를 정리한
노담 캠페인, 청소년들의 흡연을 예방하고자 'NO 담배'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담배 없는 대한민국을 위한 청소년 흡연 예방 캠페인이다. 청소년 역대 최저 흡연율 4.4% 기록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활발한 홍보 활동도 전개 중이다.청소년 역대 최저 흡연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마약에 있어서는 어떨까? 검찰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대 마약사범은 450명으로 2017년 119명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었으며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396명이 나왔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0.8%에서 올
뒤뜰 우물가에 구기자나무가 있어 가지마다 열매가 복스럽게 열렸다. 잘 익은 것만 골라 한 바가지를 땄다. 구기자나무는 가지과의 떨기나무다. 줄기가 길게 반 당굴로 자라며 잎도 가늘고 길어 활 모양으로 아래로 쳐진다. 짧은 가시가 있거나 없다. 여름에 연한 자줏빛의 작은 꽃이 피며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을 한 작은 열매가 열리는데 이것이 바로 구기자다.옛날 중국의 서하 지방 여인들은 구기자의 열매와 잎, 그리고 줄기와 뿌리까지 먹고 소녀처럼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했다고 한다. 또 남녀 모두 구기자를 즐겨 먹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았다는
조상님 제사를 물려받았다. 어머니 어깨너머로 20년간 보아온 제사음식이 아니던가. 데치고 굽고 무치고 깎고 하는 일을 차근차근 밟아가다 보면 못할 것도 없지 싶었다. 그런데 제사음식 중에서도 서열상으로 하수급으로 생각했던 나물 무치기에서 내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그중에서도 고사리나물이 나를 넘어뜨린 1등 공신이다. 전을 부치고 고기를 삶고, 생선과 해산물을 굽고 데쳐서 주된 음식은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그깟 나물쯤이야 끓는 물에 폭 삶아 건져 양념에 무치면 끝이었다. 식은 죽 먹기다. 종일 종종거렸더니 다리가 살짝 너스레를 떨며
지난 7월 국토부 주택업무편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는 2,200여만 가구에 전체 인구는 5,174만 명으로 조사됐다.이 가운데 600여만 가구, 1,448만여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반려동물 산업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물병원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애견 카페와 애견 펜션, 애견 액세서리, 애견 미용 등 반려동물 케어 산업 역시 성행중이다. 심지어 동물 장례사업도 인기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려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이 앞다퉈 방송되고 있는 것이다. 반
'묻노니 그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내가 그리는 건 북쪽 바닷가/ 나무 가득 복숭아꽃 붉은송이 매달려서/ 그중에 한 송이가 화사하게 터졌기에/ 가지에 손을 올려 꽃을 따서 살펴보니/ 흡사하구나, 연희의 귀여운 보조개랑/ 슬그머니 연희 앞에 던져놓으니/ 웃으면서 하나하나 섬섬옥수 꽃잎 뜯으며/ 술에 취한 서방님 붉은 뺨 닮았네요 / 연희 말에 이 늙은이 도리어 껄껄웃네/ 꽃 수염을 잡아다 서리 같은 흰수염에 비교해보네' 지금 읽어도 낯간지러운 연시(戀詩)가 아닐 수 없다. 누가 이토록 얼굴 붉어지는 시를 썼을까. 시인
아인슈타인은 "정신병이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다. 필자도 그렇게 알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말을 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와 상관없이 위의 문장은 읽는 순간 움찔하는 느낌을 주는 좋은 글귀였다. 반복적이고 늘 습관화된 일상에서 노력과 변화를 꾀하지 않고, 기대를 가지면서 발전적인 것을 바라는 우리의 모순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습관적으로 나태해져 있는 생활에 젖어있었기에 아마 가슴에 와 닿았을 거라 생각해 본다. 업무 중에 다양한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하는 입
나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이병률나는 한 사람의 대역이었지요사람들은 나를 보고 그로 알아보기도 했습니다나도 그 사람인 척했지요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은 특권이었고 나였어요배경을 골라준다는 사진관에 가본 적이 있나요배경만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될 것 같은 기분이 샘솟았죠질문받기를 좋아했습니다사실인지도 모를 답변들을 하는 재미만으로도새 옷을 입고 미지의 나라로 출장 가는 울창한 기분돌아오지 않아도 될 것 같은한배를 탔습니다(중략)헐하게 헛되지 않고 싶어 자처한 대역이었습니다나는 언제까지이 알몸으로의 권리와 황홀함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이병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자리에 앉으면 졸게 된다. 혹 내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어쩔수 없다. 하지만 내릴 정거장을 지나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도착지의 안내방송을 들으면 희한하게도 잠에서 깨기 때문이다. 공단에 외근을 나가보면 대형 기계들이 돌아가는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직원들은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만큼 서로 이야기를 잘 알아듣는다. 일반인들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시끌벅적한 술집에서 마주 보고 있는 상대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도 똑같다. 이 같은 현상을 '칵테일파티 효과'
지난 주말, 중학교 동창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해 오랜만에 동창을 만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필자의 직업이 경찰관이다 보니 화제의 중심은 자연스레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전화금융사기(일명 보이스피싱)로 이어졌다. 한 친구가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자 이야기를 듣던 모든 친구가 자신의 경험담을 앞다투어 풀어놓으며 사기꾼의 악랄함과 교묘함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하듯 누구나 불특정 다수로부터 금융·통신기법을 이용해 남을 속이고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 빼앗는 다중피해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울산경찰청에 따
저녁 모임이 대부분 5~6시인 경우가 많다. 아직 현역인 사람들은 5시 모임이 부담스럽고 식구들 저녁 식사 준비해주는 주부들에게도 5시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6시 모임으로 해 놓으면 한 시간 전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전철이 5시에 퇴근하는 사람들 시간과 겹쳐 복잡하다. 버스도 퇴근 차량 증가로 지체되기 쉽다. 직장인들 출퇴근 시간은 피해 주는 것이 전철 경로 우대를 받는 시니어들에게는 일종의 매너다. 본인들도 밀집된 전철을 타는 것 자체가 괴로운 일이다. 혹자는 5시에 모여 식사를 하게 되면 너무 이르다는 사람도 있다. 보통
그날,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산다는 일의 허망함이 가슴을 비집고 들어와 똬리를 틀었다. 오전에는 평소 존경하던 박방희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오후에는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부고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짜노!"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기도를 바치는 것뿐이다. 삶과 죽음이 사람을 갈라놓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나라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져 지낸 지 어느새 70여년이 되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입으로 부르기는 해도 실제로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이
황정은 재해가 난 해에 이재민들의 대용식량으로 사용했으므로 미포(米脯)라고 불렸다. 옛날에 하천을 끼고 있는 한 마을 부잣집에 하녀가 있었는데, 주인의 학대에 못 이겨 깊은 산으로 도망쳤다. 몇 년 후 그 하녀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물었더니 어떤 풀의 뿌리를 먹고 살았는데, 그 풀은 부드러운 잎이 나 있고, 굵은 뿌리는 황백색이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황정이었다. 도가에서는 근경을 먹으면 땅의 정수를 섭취할 수 있다고 보고 황정이라 하였다. 두보의 시에 '봄날 황정 윤기 있게 돋아났네,
한여름 푸르름 속에 묻혀있던 감나무 한 그루가 어느새 가을 햇살을 머금고 노란 속살을 내민다.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던 감꽃은 수줍은 얼굴을 숨기고 언제 피었다 지는지도 모른 채 탐스러운 가을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과일 중에 감이란 이름은 어쩐지 촌스럽고 순박한 시골 처녀의 수줍음처럼 늘 가까이해도 부담이 없어 좋다. 어느 나무의 단풍 색채가 아름답다 해도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노란 감들을 보노라면 우리의 마음은 한층 풍요로워진다. 내 어릴 적 감에 대한 추억이 생각이 난다.어머니가 보관해둔 지폐 한 장을 우연히 발견하고 동네
'졌잘싸'라는 인터넷상 유행어가 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뜻이라는데, 2022년 월드컵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속한 H조에는 가나, 우루과이, 포르투갈이 올라왔다. 지난달 24일에는 만만치 않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가나는 이겨야 한다.'이다. H조에서 약한 팀으로 가나를 지목하고 우리나라든 우루과이든 포르투갈이든, 심지어 가나 자신이 주어가 되어 '가나는 이겨야 한다.'가 하나의 밈이 되었
책을 내는 것은 영어, 수학 공부보다 쉽다. 책 쓰기는 공인중개사 공부보다 시간이 적게 걸린다. 하지만 책을 출간하는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큼 가치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내 인생 책으로 쓰면 10권도 더 쓸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책으로 내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글쓰기가 어렵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고 출간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타고난 재주가 아니다. 연습을 통해서 잘하게 된다. 연습이라는 것을 글을 쓸 시간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글쓰기 실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