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를 써 본지도 오래전이다. 학창 때는 '남해' 지명이 좋아 거기 친구와 펜팔을 오래 했다. 수백 통의 편지가 오갔다. 푸른 바닷가에 살아서 하얀 조가비의 파도 소리를 담아 일주일이 멀다 하고 편지가 날아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오랫동안 소식이 오지 않았다. 궁금했지만 전화도 없던 시절이라 그냥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어느 봄날이었다. 남자처럼 선이 굵직하고 필체에 힘이 있던 그의 편지가 왔다. 그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한 건 자기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학교를 졸업
추석은 설날, 한식, 단오와 함께 우리민족 4대 명절이다. 그 가운데서 먹거리가 가장 풍성한 명절이기도 하다. 그 명절이 내일 모레다. '코로나19'라는 희대의 역병으로 거의 3년 만에 온가족이 만나는 자리가 이번 추석이다. 모두들 추석빔을 하고 모처럼 가족을 만날 기분에 들떠있다. 이미 추석을 앞두고 고향에서 조상 묘소에 벌초까지 마쳤다. 벌초객들로 추석 2주 전부터 국내 모든 도로는 추석 휴가 때와 다름없는 교통체증을 빚었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산골 외진 도로에도 언저리마다 벌초 차량들이 주차를 하고 산소마다 일
역대급 태풍을 뒤로하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반가운 일가친척과 고향 친구들 그리고 맛있는 차례 음식을 생각하면 기대와 설렘이 앞선다. 하지만 매년 명절마다 겪어야 하는 장시간의 운전과 힘겨운 가사노동은 즐거워야 할 추석명절을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분석에 의하면 명절이 있는 1~2월과 9~10월에는 척추관절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평소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고향 방문을 위해 장시간 운전하다 보면 목 허리 팔다리 온몸에 뻐근하고 저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물가와 금리가 고공 행진하는 요즘,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신종 피싱이 활개를 치고 있으며 또한 추석이 다가옴에 따라 국가 긴급 지원금, 정부지원 버팀목 대환대출, 소상공인 피해회복 대출, 생활지원금, 추석맞이 민생 지원금 등 갖가지 명목으로 위장한 스미싱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꽤 그럴듯한 시기에 그럴만한 지원을 해준다고 하니 혹할 수 있겠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화금융사기 범죄에 있어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경찰, 검찰, 금감원, 금융기관, 정부 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개
꽃살문성선경기도가 얼마나 깊으면 꽃이 되나? 간절한 염원의 마음 엮고 엮어서눈길을 두는 곳마다 꽃으로 피었나니 꽃세상이 곧 만다라다기도가 얼마나 쌓여야 꽃이 되나?기원의 문마다 꽃이라니기도의 끝에 맺힌 저 한 떨기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기도가 얼마나 간절하면 저렇게시들지 않는 꽃이 되나?세상을 향해 열린 문다 환하다.△성선경: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1988년
'선생님! 이건 식물원인데요.' 며칠 전 한 학생이 학교 안의 여러 식물을 보고 나에게 한 말이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말이었다. 올해 나는 학교에 텃밭을 꾸며 생태 환경 교육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생태 환경 동아리를 구성하여 학생들과 직접 식물을 선정하고 재배, 수확까지 하는 계획을 세웠다. 텃밭을 꾸미겠다는 계획은 좋았으나 현실은 탐탁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신축 학교라서 텃밭을 구성할 장소가 없었다. 며칠을 고민한 것 같다. 고민 끝에 '쿠바식 텃밭'을 해보기로 했다. 데크나 빈 곳에 나무
나이가 들면서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나마 두발이라도 많으면 다행인데 탈모도 진행된다. 우리나라 남자들 중 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탈모방지 약, 샴푸가 여전히 잘 팔리고 있고 지난 대선 때는 공약으로 탈모치료가 나온 적도 있다. 서양에서는 아예 머리카락을 몽땅 밀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하고 다니면 스님이거나 아니면 조폭이나 전과자 출신이 아닌가 하는 공연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일단 하얀 머리카락을 검은 색으로 염색하는 방법이 가장 경제적이고 보편적이다. 미용실이나
인간이란 존재를 오늘 이 현실에서 어떤 방법으로 이해해야 할까?인간이란 학습하는 존재, 발달하는 존재, 생각하는 존재, 사회적 존재, 개성을 지닌 존재 등으로 보는 것이 보편적인 관점이다. 또한 인간은 일하는 존재다. 어느 생명체 이거나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인간은 일을 통해서 그 이상의 목적을 추구한다. 그 추구의 상위에는 인간이 반드시 추구 하고 자 하는 자아실현의, 다섯 가지 욕구 단계가 있다. 첫째는 안정된 생활이다. 건강해야 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둘째는 인연으로 만난 가족 친구, 직장에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지난해 처음 1인 가구가 7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울산 또한 예외 없이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울산의 1인 가구는 10만 4,856가구로 전체 가구의 24.6%, 2020년은 12만 2,848가구로 전체의 27.7%를 차지했다. 울산의 1인 가구 수는 5년 만에 17.2%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꾸준한 증가세가 전망된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머잖아 울산에서 두 집 건너 한집은 1인 가구가 될 것임이 예측된다. 전국의 경우 2050년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풍요로운 계절이라는 뜻이리라. 1년 중 땀 흘려 일한 보람을 찾는 때이고 풋과일이 우리의 입맛을 적셔주는 때. 중추절 추석 가배라고도 한다. 농경사회에서 한 해 동안 재배한 온갖 곡식과 과일들을 거두어 조상께 올리고 가족과 더불어 즐기는 큰 명절이 추석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유리왕 때 왕비가 6부의 마을 부녀자자들에게 한 달간 베를 짜게 하고 팔월 보름에 성적을 가려 상을 내렸다. 진 마을에서 이긴 편에게
한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어느새 초등학교 개학 시기가 성큼 다가왔다. 곧 전국 초등학교의 등교가 시작되면 어린이 교통사고 위험성도 커지게 된다. 올해 7월 12일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의 기고 및 언론매체 홍보 등으로 인해, 많은 운전자와 시민들이 우회전 시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에 대한 보호 의무에 대해 명학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같은 날 개정된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에 대해서는 운전자 및 시민들의 인식과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행정
'성경'과 '불경'에는 집 나간 아들에 대한 비유와 방편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15:11-32)에는'탕자(蕩子)의 비유'이야기가 있다. 이 비유는 예수 님의 비유 중 하나이다. 이 비유 이야기의 기본 바탕은 이러하다. 한 아버지가 두 명의 아들이 있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유산을 요구하자 아버지는 아들의 요청을 들어준다. 그러나, 그 아들은 방탕하여 재산을 낭비하여 결국 궁핍해진다. 더는 버티지 못한 아들은 아버지께로 돌아갔다.(생략) 그의 아버지가 그를 꾸짖지 않고
어느덧 짧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울산 대부분의 학교에서 새 학기를 시작하였다. 학교는 작은 사회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공간이고 학업뿐만 아니라 청소년 시기에 사회성을 키우는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항상 도마 위에 오르는 단어가 학교폭력이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9~17세 아동 10명 중 3명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였고, 10명 중 2명은 술, 담배, 도박 등 비행 행동을 경험했다는 보도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울산시경찰청에서 분석한 올해 소년범 검거 인원은 코로나 사태 이전 2019년
숯한영채새순이 자라 숲이 되는글자 배우러 그녀가 온다 골짜기 떠나 야간 학교 가는 길화전火田 일구시던 아버지 거친 손길처럼 글자의 숲을 붉게 태운 숯으로 남아백지에 검게 글자를 메운다 어두웠던 시간이 결코 어둡지만은 않은눌러선 상처가 꽃으로 박힌다 구운 화분에 숯을 세우고 풍난을 심는다검게 피운 꽃 그녀가 있다 △한영채 시인: 2006년 문학예술 등단. 시집'모량시편' '신화마을' '골목안 문장들' '모나크 나비처럼' 숯, 비 바람 견디어 더 단단하게 태어나는 또 다른 생명이
2022년 현재 시장에 난립하는 수많은 코인들은 각국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본격 추진함에 따라 대부분 소멸할 것이다. 현재 난립하는 수많은 코인들의 역할은 CBDC와 상당수 겹친다. 화폐를 주조하며 얻는 이익을 시뇨리지(seigniorage)라 하는데, CBDC를 도입한 정부들은 개인이 시뇨리지를 얻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화폐 주조는 곧 권력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CBDC 연구를 매우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자국내
시조는 시절가조(時節歌調)를 줄인 말이다. 3장 형식의 정형시에 가락을 붙여 노래로 불렀던 것이 시조의 시작이었다. 이름에 걸맞게 시조를 읽으면 순간의 상황이나 한 시절의 흐름이 그려진다. 하고 싶은 말을 내포한 작품도 있다. 주거니 받거니 서로의 마음을 떠보거나 내비치는 능력이 여러 마디의 말보다 강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시조는 하여가(何如歌)와 단심가(丹心歌)다. 정몽주의 마음을 떠보려는 이방원과 그에 답하는 정몽주의 마음이 절창이다. 시조는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노래하면서도 요란하지 않다. 한 편의 시조에 담긴 아쉬움이나 한
나는 늘 배낭을 메고 다닌다. 그래서 오늘도 산에 갔다 오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배낭을 메고 다닌 것은 이미 30년이 넘는다. 처음엔 댄스 배우러 다니면서 댄스화와 댄스복 바지를 넣어두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는 배낭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쌕이었다. 라커가 있는 댄스학원도 있지만, 없는 학원도 많고 라커는 따로 사용료를 받는다. 일주일에 한번 댄스하러 가는데 굳이 사용료 내가면서 라커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 배낭메기의 시작이었다. 해외 생활을 오래 전부터 하다 보니 서구 사회에서는 남자들도 정장에 배낭을 메고 다니는 패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 번쯤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서 와 어디로 흘러가는가?'등과 같은 생각을 해보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연주의 1회성'이라는 말이 있다.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는 연습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했든, 무대 위에서 단 한 번 보여주는 연주 기회로써 모든 것이 결정되고 만다. 이처럼 우리 인생도 단 한 번, 1회전으로 끝나는 엄숙한 경기이며 어느 누구도 영원히 살아갈 수가 없다. 내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인생의 마지
이 년 전부터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먹었다.용기 내어 맵고 뜨거운 요리를 먹었다.똥 냄새 나는 청국장도 먹었다.코 푼 화장지처럼 혀를 버리고 싶었다.얻은 건 "다 컸네!"라는 칭찬이지만달콤새콤하고 고소하고 보드랍던음식을 자꾸만 잃어 간다.어린이도 추억이란 게 있다.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쓴입 다시며 숟가락 빨고 있으면똑같은 말이 쳐들어온다."넌, 다 큰 애가 왜 그러니?"맞다. 나는 다 컸다.첫 아홉수는 참 힘들다. # 알밤 풋밤은알밤이 될 때까지낙법을 연구한다. 붙기 위해서가 아니라떨어지기 위해 공부한다. 딱! 땅바닥한테알
옥수수의 계절 여름이다. 강원도의 지인께서 옥수수 한 상자를 보내 주셨다. 포장된 상자를 열자 풋옥수수 특유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풋풋한 풀냄새 같기도 하다. 보내 주신 분의 고마운 마음을 생각하면 먹기가 아까울 정도다. 해마다 옥수수를 보내 주시는 분을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뭐 하나 제대로 답례도 못한 것이 부끄럽다. 그저 마음으로나마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옥수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언제일까. 최소한 임진왜란 이후에 이 땅에서 옥수수를 재배했을 것으로 본다. 기록에는 선조 26년(1593)에 처음 옥수수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