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척에 두고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언양을 돌아봤다. 지인의 권유로 함께 나선 문화재 답사였다. 곁에 두고도 무심히 넘겼던 고장의 문화재를 꼼꼼히 살펴보니 역사적 가치나 의미가 더 새롭게 다가왔다. 꽁꽁 언 손을 비비고 호호 입김을 불어 녹이며 천천히 걸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생각을 정리하듯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 폰에 저장된 묵은 이미지를 지웠다. 옛 성인의 배움을 담당했던 언양 향교엔 아이를 얻고자 열심히 돌을 갈았을 성혈이 인상 깊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손을 얻는 일은 마음이 쓰이는 일이다. 나 역시도 삼대독자 외며느리로 시
지난 11월 중순, 정부24 시스템 장애로 많은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필자도 그날 은행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출력할 수 없어 귀중한 하루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정말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사흘만에 최종 정상화 되기는 했으나, 행정안전부는 원인 규명에 거의 한달이라는 시간을 썼으며 사고 원인 또한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이 사건이 심각한 이유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모두 연결하는 전자정부 시스템의 중추가 고장났다는 점이다. 장애 때문에 인터넷 뿐 아니라 동사무소, 구청에서도 민원 처리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코로나 때문에 지난 3년간 웅크리고 살다가 올해 연말은 연일 이어지는 송년모임으로 분주하다. 단체는 단체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해 넘어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는 모임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송년회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너무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북적이다 보니 어느 음식점이나 만석이다. 손님대접도 제대로 못 받고 분위기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2차로 이어질 경우 귀가 전쟁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절대 연말에 늦은 시각까지 서성이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래서 일단은 동창회 모임부터 포기했다. 오랜만에 학창시절의 친구들을 보
인상적인 표지가 뉴베리 대상을 받았다는 표시보다 눈에 띈다. 푸른빛의 기시감이 짙은 표지 속에 반쯤 온기가 도는 얼굴은 미묘하게 강한 인상을 준다. 인간에게 익숙한 이성과 감성의 구분일까? 그저 궁금증을 갖고 책장을 펼치기엔 하드커버의 양장본이 제법 두께가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 페트라의 모험에 푹 빠져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구성인데다 인물들의 디테일한 감정선까지 묘사하며 전율을 느낄만한 책이다. 실로 오랜만에 두껍게 만나본 SF 명작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번역 탓인지 매끄럽지 못한 글 흐름이 속
국가와 사회 자체의 존립가치를 유지하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들이 있다. 안전과 질서도 그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법과 규칙이 존재한다.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 안전유지와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존재가 바로 경찰의 핵심활동이다. 과거 경찰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국민들에게 명령과 통제를 통한 강제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 중 하나였다. 하지만 21세기 현재 경찰의 모습은 시민과 더불어 함께하는 긍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지닌 조직으로 바꿔가고 있다. 특히 지역 경찰의 역할이 중요한데, 시민의 안
'100명의 산타클로스'를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활발하게 저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다니구치 도모노리'의 대표작이다. 출간 이후 20만부 이상 판매된 초특급 베스트셀러 그림책이다. '100명의 산타가 사는 마을 이야기'라는 독특한 콘셉트에 산타들이 일 년 내내 저마다 맡은 역할을 열심히 준비해서 멋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다는 따뜻한 내용으로, 작가 특유의 클래식한 유럽 감성의 그림이 어우러져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 그림책이다. 알록달록한 예쁜 집이 100채나 모여
올해 끝자락 12월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는가 싶었는데 중순부터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이런 날이 며칠 계속된다는 일기예보다. 이럴 때면 따끈한 차가 생각난다. 차의 은은한 향은 우아한 품위를 지닌 여인같아 어머니 품 같은 여유와 포근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는 질병과 전쟁으로 인한 우울과 고통을 직간접으로 경험하고 있다. 이럴 때 손 받침한 차 한 잔은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은은한 차향에 취하면 저만큼 밀려난 지난 일들이 생강스럽게 살아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차는 단순한 음료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맘때 근로소득자의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 중 하나가 연말정산일 것이다. 내년 1월이면 올 한해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정산해서 돌려받거나 더 내야 하는 연말정산을 하게 된다. 연말정산에는 근로소득자가 1년 동안 지출한 특정 금액에 대해 국세청이 종합소득금액에서 제외해주는 소득공제와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적용해 계산된 세액을 공제해주는 세액공제가 있다. 세액공제는 납부해야 할 세금을 공제 비율만큼 차감해 주는 것이다.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어 소개한다. 정부가 지난 1월부
일본에서 녹지계획 관련 업무를 맡으며, 일본 정원사 연구를 병행한 적이 있다. 인간의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우리의 마당과는 달리, 일본의 정원은 '조망(眺望)'적 감상을 더 비중 있게 다룬다. 이 감상을 위한 아주 중요한 기법 중 하나는 바로 '덮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재미난 것은 그 '덮음'이 '가림'으로 더 강조된다는 것이다. 가장 경치가 훌륭한 방향을 '일부러' 비워두고, 좌우에 시선이 분산되도록 식목을 두게 되면, 그 사이의 '원경(遠景)'은 아주 자연스럽게 강조될 수밖에 없다. 덜 중요한 '주변'을 숨김으로
지난해 초 우리 센터로 "자원봉사에 동참하고 싶다"며 찾아 온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우리 지역에 위치한 기업체인 서연이화 관계자들이었다. 이미 서연이화 내 봉사단이 우리 센터에 등록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무슨 일 때문에 찾아 왔는지 궁금했다. 서연이화 노사는 회사 내 봉사단 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이미 오래 전 부터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었는데, 좀 더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게 기업 측의 의견이었다. 더 도움이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지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후 필자를 포함한 우리 센터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옛날 군부 독재 시절 언론탄압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알권리를 무시당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국민의 눈과 귀를 언론을 통해 지킬 수 있는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따라서 언론은 정확한 정보 전달이 생명이다. 그 정보에 의해 여론이 형성되고 그것이 사회적인 이슈화로 발전하게 된다. 오늘은 언론 컨슈머로서 언론 제작 형태에 대해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요즘 지방 언론들은 주로 생성된 자료에 의한 보도가 대부분이고 독창적인 제작 형태의 기사화는 찾아보기 힘들
사람은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 무엇에 대한 느낌도 다 다르다. 좋고 싫고에도 농도가 있고, 높낮이가 있지 않은가. 채도가 비슷한 감흥이라도 조금 구체화되면 자신의 생각과 엇나간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순음인 낱말 하나도 농음(濃陰)으로 표현하면 괜한 긴장감이 생기는 문장이 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누군가에 대하여, 무언가에 대한 자신의 의견에 공감하게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글로 적어 독자를 끌어들이기는 더욱 어렵다. 책이 팔리지 않고, 책을 찾는 층이 나날이 얇아지는 현대에는 더욱. 그래서일까. 요즘은 서평을
현금을 장롱에 감춰두던 시절을 지나 이젠 은행에 넣어두면 안전하고 이자까지 주니 신뢰감이 생겼다. 그렇게 은행은 늘 고맙고 믿을만한 존재였다. 그런데 요즘, 목돈을 굴리려는 노인들이 은행 PB(프라이빗뱅킹) 직원 권유에 따라 주가연계증권(ELS : Equity Linked Security)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보게 생겼다는 뉴스로 난리다. 홍콩지수가 반 토막이 나서 역시 여기 가입한 ELS 고객의 돈도 반 토막이 난다는 예상이다. 증권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왕년에는 직접 증권투자도 해 봤으나 개인투자자들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울산의 모 중학교에서 '사설토토'라고 불리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쓸 돈을 구하기 위해 투자 명목으로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해 학교폭력으로 이어져 학교전담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2년도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처음 접한 평균연령은 11.3세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10명 중 4명은 도박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도박의 가장 큰 문제는 마약처럼 쉽게 중독된다는 점이다. 12월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청소년은 65명에
뚜껑을 열자 동그랗게 말린 종이들이 쏟아진다. 거실 바닥은 금세 다양한 색실로 묶은 메모지로 가득 찬다. 12월 31일, 유리병에 차곡차곡 적립해둔 한 해 동안의 기억들을 펼쳐보는 순간이다. 기억의 사전적 의미는 과거의 사물에 대한 것이나 지식 따위를 머릿속에 새겨두어 보존하고 되살려 생각해 냄을 말한다. 요즘은 기억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고, 치매예방을 위해 뇌를 자극하는 실험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크게 변화가 없는 삶이면서도 늘 외줄 타 듯 긴장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즈음이었다. 문득, 나만의 비밀스런 이벤트
나 홀로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혼밥, 혼술, 혼영, 혼행 등 '혼자 하는 활동'을 일컫는 신조어가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유명인들의 솔로 라이프를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은 오랜 시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야말로 1인 가구 전성시대라고 할만하다. 올해 실시된 울산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시민 1,286명을 대상으로 한 인구정책 수요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41.3%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 필요성을 못 느낀다"라고 답했다. 나아가 미혼 응답자의 35.8%가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비단 우리
울산 토박이들이 태화강을 '태홧깡'으로 발음하는 것을 종종 듣곤 합니다. 그들에게 태화강은 울산의 산업화와 무분별한 개발사업, 그리고 각종 오·폐수의 유입으로 인해 오염되기 이전의 맑디 맑았던 모습으로 기억되더군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생태의 강으로 되살아나기 훨씬 전, 자연하천 그대로의 태화강 본래 모습 말입니다. 이미희 작가의 시 '벌거숭이 태화강'을 읽다 보면, 어릴 적 맨발로 뛰어놀던 강가 모래밭, 작은 늪, 수초와 나무뿌리 가득하던 아름다운 강변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태화강이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비롯한 살아있는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은 상급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어떻게 학습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가 고민일 것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유명한 선생님을 통해 과외학습을 해도 올라가지 않는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그런데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학습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뇌가 편안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학습에 흥미가 생기며, 독서 습관이 자연스럽게 길러질 수 있다. 우리가 돌밭에 씨 뿌리고 비싼 거름 주고 아무리 물을 줘도 열매를 맺기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서양화가인 친구가 전시회를 한다기에 들뜬 마음으로 찾아갔다. 큰 화폭을 다 채운 강렬한 푸른 채색 너머 형형색색의 간결한 붓 터치가 조화롭게 그려져 있었다. 조명아래 그림은 마치 이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살아 움직이는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조선 후기 문장가 연암 박지원이 대륙의 광활한 요동벌판을 보고 크게 한바탕 울어볼 만한 터라고 명명한 '호곡장(好哭場)'처럼 그림의 문외한인 나에게도 그 감회가 다가왔다. 어떤 사물을 함께 보았다고 해서 같은 감동을 받는 건 아니다. 자기만의 시선과 해석을 통해 각자에
『공룡 놀이터』를 활짝 펼치면, “할머니, 나, 진짜 탄다." 율이는 벌써 열 번째 미끄럼틀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고 있어요. 미끄럼틀에서 내려가기가 무섭거든요. 할머니가 열심히 응원해 주시지만 도무지 용기를 낼 수 없어요. 어쩔 수 없이 다시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율이는 세찬 바람에 그만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놓치고 말아요.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누구냐고요? 율이가 가장 아끼는 공룡 인형이에요. 놀이터 안을 뒤지며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찾고 있는 율이 앞에, 아르젠티노사우루스가 나타나요. “같이 찾아볼까?" 하면서요. 아르젠티노사우루스를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