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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내용
현자노조 '2011 단협안' 신설에 비난 고조
고용 불평등 여론에 철회·미적용사례 빈번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이경훈)가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의 우선채용을 요구하는 내용을 2011년 단협안에 신설키로 하면서 '고용세습'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의 평등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과 함께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판 음서제' 도입 추진.

현대자동차 노조는 2011년 단체협약 요구안 제3장(사회적 책무와 경영공개) 23조(채용 및 신원보증 갱신)에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가점부여 등 세부적 사항은 별도로 정한다"는 요구 조항을 신설했다. 노조는 집행부 회의에서 이 같은 안을 마련했으며, 18일 열린 대의원대회에 안을 상정했다. 대의원 과반 이상의 찬성이 나올 경우 회사측 요구안으로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대의원대회에서 이 내용이 단협 요구안으로 최종 확정된다하더라도 노사 협상과정에서 현대차 측이 수용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대차 안팎의 분석이다.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고용세습'이라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 들일 경우 비난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른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3)씨는 "현대차 같은 대기업의 고용세습이 현실화될 경우 일반 구직자들의 취업 기회의 폭은 사실상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부모 잘 만나면 취업도 더 쉬워진다면 영세사업장에 근무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지역 노동계 한 관계자는 "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한 고용 의무화는 평등권 침해와 고용 유연성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요구안에 대해 현대차 노조 장규호 대변인 "무조건 채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오래 근무한 조합원이 회사 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을 충분히 감안해 신규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하자는 의미이고 최종 확정된 요구안도 아니고 조합원 대의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찬반 여론을 알아보고 논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고용세습 '유야무야' 많아.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들의 자녀를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조의 요구는 현대차가 처음이 아니다. 지역에서는 현대중공업,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일부 대기업 노조가 이 같은 요구를 했다가 반대여론에 막혀 자진 철회하거나 단협안을 마련하고도 적용하지 않고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지난 2006년 노조가 단체협상에서 조기퇴직자의 자녀를 우선적으로 채용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일반 구직자의 평등한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 대물림"이라는 비난여론으로 인해 요구를 철회했다.

 이에 앞서 에쓰오일 노사도 지난 2005년 정년이 가까운 직원이 자신의 퇴직을 전제로 자녀를 생산직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을 논의했지만 사회적 여론에 밀려 유야무야됐다.
 현대중공업에도 신규채용 시 동일한 조건 하에서는 근로자 자녀를 우대한다는 단협이 있지만 이 같은 우대 조항을 적용해 채용한 생산직 노동자는 아직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역 일부 대기업 노조의 '고용세습' 요구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 노조의 지나친 이기주의라는 지적과 함께 결과적으로 일반 취업 희망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면서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비난 여론 때문이다.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퇴직자 자녀에게 어떤 식으로든 혜택을 줄 경우 해당기업에 입사하려는 다른 지원자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대기업 노조의 지나친 욕심에 다수의 일반 구직자들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집행부의 임단협 요구안에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을 비롯해 조합원 자격 차장급까지 2단계 상향조정(현재 대리급까지 가입), 조합원 정년 만 60세로 연장(현재 만 58세), 자녀의 학자금이 면제 또는 무상일 경우에도 학자금 지급 등의 안을 포함시켰다.
 임금과 관련해서는 금속노조안 과 같은 기본급 15만611원(기본급 대비 8.76%) 인상, 상여금 800% 인상(현행 통상임금의 750%) 등을 제시했다. 김락현기자 rhkim@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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