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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운영비 지원 공방'은 사라질 듯
남구청 감원·프로그램 축소로 예산 절감
중·동구 동참땐 교육청 인력배치 골머리

울산시 남구청이 공공도서관 운영을 시교육청에 위탁한 3곳의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서관을 자체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울산시교육청과 도서관 운영비 지원 규모를 놓고 지루하게 이어온 공방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도서관 운영주체 전환이 양측간 갈등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만큼 이에 따른 인력 재비치와 시민의 불편 등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남구청 "남부도서관 인수"

김두겸 남구청장은 21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시교육청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남부도서관은 소유주체가 남구청인 만큼 자체운영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를 위해 교육청으로부터 운영권을 이관받아 16명의 자체 인력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관장은 사무관급(5급)을 두고 정식 공무원은 2~3명만을 배치할 계획이며, 나머지는 비전임 계약직으로 충당해 인건비를 절감한다는 복안이다.

 또 현재 41명인 도서관 인력이 절반 이상 축소되는 것을 감안해, 도서관은 순수 독서기능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평생교육 프로그램 중 상당수는 주민자체센터와 종합복지관으로 흡수할 방침이다.
 김 청장은 "남부도서관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한 이유는 시설규모에 비해 인력이 방대하기 때문"이라며 "남구청은 도산도서관과 월봉도서관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남부도서관 운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자체 지원이 불씨

▲ 김두겸 남구청장은 21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시교육청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남부도서관은 소유주체가 남구청인만큼 자체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창균기자 photo@
김 청장이 급작스럽게 도서관의 자체 운영을 밝히고 나선 것은 최근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이 최근 공공도서관 운영에 투입되는 재정부담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 교육감은 공공도서관의 재정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당장 인력을 철수할 수 밖에 없을 정도"라고 밝히면서 지자체의 반감을 사게 된 것.

 현재 울산시교육청은 자체 설립한 울주도서관을 포함해 4곳의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유지비가 모두 77억9,000만원에 달하지만 지자체 전입금은 6억4,000여만원만이 전부다. 특히 지자체가 설립했지만 시교육청에 위탁을 맡긴 남·중·동부도서관 3곳의 경우 연평균 유지비가 61억600만원에 달하며 인건비를 뺀 운영비만 봐도 23억2,100만원이 들어가지만 지자체는 3억4,000만원만 지원하고 있다.

 이들 공공도서관 이용자 중 일반시민이 60%로 학생들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선 학교 교육여건 개선에 투입되야할 예산이 일반 행정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시교육청은 수 차례 지원확대를 요구했고 지자체는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을 이어왔다.

#원활한 운영 숙제

남구청은 구정조정위원회에서 총무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공공도서관 인수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또 시교육청도 남구청의 정식 요청이 들어오면 '공공도서관 지자체 이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공도서관의 운영과 관리권을 지자체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양측이 공식적으로 도서관 이관에 합의게 되면 예산 지원 공방은 사라지지만, 그동안 인수 후 운영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않은 만큼 혼란도 불가피하다. 남구청은 인력과 프로그램을 축소해 21억 3,000만원인 수준인 연간 예산을 10억원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인력 배치를 위한 증원이나 예산 축소에 따른 원활한 운영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

 게다가 남구청의 남구도서관 이관이 단초가 되어 나머지 지자체의 도서관 인수가 진행될 경우, 도서관에서 철수해야 하는 시교육청 인력의 재배치와 여기서 발생하는 과원 등 심각한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현재 교육청이 지자체가 소유한 3곳의 도서관에 배치한 인력은 정규직만 따져봐도 94명에 달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공도서관의 시설비와 운영비가 열악해 시민 불편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기로 한 것인데 이를 전면 철수의 의도로 받아들여 유감"이라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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