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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청 예산 1조원 불구 인건·운영비가 85%
순수교육예산 1,600억원뿐 교육 인프라 구축 난항
한해 도서관운영비 84억 중 지자체 지원 6억 그쳐
시민위해 당사자간 대승적 차원 갈등 해소 바람직


공공도서관의 운명이 교육청과 자치단체의 기싸움에 흔들리고 있다. 지원이 필요하다는 교육청의 주장에 태도를 문제삼아 아예 운영권을 가져가겠다는 지자체의 강경론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른바 남구청의 도서관 운영권 회수 발언에 지역 교육계는 물론 학계와 시민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조한 교육경비예산

25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울산 학생들의 학력이 전국 최하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교육인프라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학생 1인당 교육경비 투자액은 7만7,600원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12위를 기록했다. 1위를 기록한 충남의 44만7,900원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특히 울산시를 비롯한 5개 구·군 등 6개 지자체에서 올해 책정한 교육경비 보조금은 111억2,500만원으로 지난해 142억2,900만원 보다 31억여원이 감소됐다. 2009년도 예산 148억2,600만원과 비교하면 2년 연속 감소 추세다.

 울산시의 경우 올해 교육경비 예산은 34억6,500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8억9,900만원 줄었고, 울주군은 24억5,400만원으로 13억원이 넘게 감소했다. 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남구는 지난해에 비해 8억원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고, 중구 7억9,000만원, 동구 4억2,000만원 각각 감소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울산시교육청의 한 해 예산이 1조원을 넘기기지만 인건비와 기관 운영비 등 경직성 예산이 85%에 이르고 있다"며 "순수 교육사업 예산은 15% 수준인 1,680억원에 머물고 있어 지자체의 교육경비 보조금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소유는 지자체, 운영은 교육청

실제 지난달 31일 발표된 2011학년도 수능 결과에서도 울산은 전국에서 최하권을 기록했다.
 시교육청의 한 장학관은 "특정 학교가 아니고 지역 전체의 학력을 올리는데는 많은 시간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교육인프라가 확대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며 "지자체에서 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이지 않으면 학력향상은 요원할 뿐이다"고 밝혔다.
 이에 김복만 교육감은 지난 17일 교육에 무관심한 지자체를 향해 작심한 듯 "교육경비예산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 소유의 도서관에서 인력을 철수시키겠다"는 발언을 했다.

 울산에는 중부, 남부, 동부, 울주 등 4개 공공도서관에 교육청 직원 108명이 상주하며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도서관의 연간 총 운영경비 84억원 가운데 7.6%인 6억4,000만원만 기초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고 나머지 전체 인건비 44억원을 포함한 77억6,000만원(92.4%)을 매년 교육예산에서 지출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법 제9조 5항은 '도서관 등 공공교육문화시설의 설치와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범위에 속한다'고 명시하는 등 공공도서관의 운영 책임이 전적으로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있으나 자치단체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시교육청은 지적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공도서관은 학생뿐만 아니라 울산시민이 이용하는 시설이며, 법적으로 관리와 운영을 책임져야 할 자치단체가 지원하지 않고 있어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교육감의 발언은 지자체의 교육경비 예산을 확대해달라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교육계 "당혹스럽다"

교육청의 교육경비 확대 요구에 남구청이 "도서관 운영권을 이관하겠다"는 대응을 하자 교육청 안팎에서는 '감정적'이라며 지적하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22일 남구청으로부터 받은 '이관' 관련 공문에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경비 확대를 요구했는데 운영권을 달라니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소유자가 달라면 줘야 하겠지만 시민 서비스와 직결된 이관 문제는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 없이 감정적 대응에 나선 남구청을 비판했다. 전교조는 "남구청이 울산교육청의 도서관 운영비 지원 확대 요구에 발끈하고 나서 '직접 운영'을 언급하는 것은 지극히 감정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더욱이 인원 감축 등을 언급하며 구조조정을 통한 운영난 타개책을 언급한 것은 성급하고 본말이 전도된 대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마치 인력만 줄이면 운영 경비가 적게 들어가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윤과 효율성이라는 측면만을 강조한 시장적 접근이다"며 "이는 도서관을 대시민 문화복지 서비스로 보지 않겠다는 철학의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학부모 단체인 울산학사모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청과 남구청 간의 불협화음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박송근기자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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