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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태·질병예방성과·의료서비스 등 분석 결과
의사·병상수·1인당 보건예산 등 전국 평균 밑돌아
피부·성형등 수익성 높은 비생명직결 병원만 늘어


울산의 의료인프라가 열악하다고 지적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의료컨설팅 회사 엘리오앤컴퍼니에서 주민의 건강상태, 질병예방성과, 의료서비스, 지자체 의료예산 등과 관련된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2009년 기준)를 토대로 40여개 지표를 평가해 발표한 16개 지자체의 '건강랭킹'에서도 이러한 울산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울산은 이 건강랭킹에서도 의료공급과 의료효율 면에서 하위권을 차지했다.
 
#질병예방분야 16개 시·도 중 5위

9일 엘리오앤컴퍼니에 따르면 울산은 건강상태(50%), 질병예방(25%), 의료효율(10%), 의료공급(15%)의 4가지 영역에서 받은 점수를 가중평균한 값으로 평가를 매겨 16개 시·도 중에서 종합 4위를 차지했다.
 지역민의 기대수명, 6대암과 고혈압·당뇨 발병률, 건강일수의 건강상태와 흡연·비만율과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 등 질병예방분야에서는 16개 시·도 중 각각 5위를 차지해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반면 인구 10만명당 의사·병상수, 1인당 보건예산 등을 점검한 의료공급과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비율, 평균진료비 등의 의료효율에서는 각각 14위, 8위를 차지해 하위에 머물렀다.

 울산의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는 177명으로 전국 평균 206명에 못 미치는 수치다. 서울의 경우 10만명당 의사수가 340명으로 울산의 약 2배에 달했다.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의 병상수를 더한 울산의 인구 10만명당 병상수는 956병상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은 1,094병상이다. 전국 평균 1인당 보건예산은 7만5,000원인 반면, 울산의 1인당 보건예산은 4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10만명당 의사·병상수, 1인당 보건예산 점수를 합산한 결과 울산은 의료공급면에서 14위라는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지역민들의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민들의 지역 내 의료기관 외래 이용률은 77%, 입원 이용률은 77.8%로, 전국 평균 외래 75.9%, 입원 76.0%보다 조금 높았다.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쓴 진료비 대비 타 지역에서 쓴 진료비를 파악한 외래상대평균진료비는 97.3%으로 나타나 울산 외에서 진료를 받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상대평균진료비는 100에 가까울수록 타 지역에서 쓴 비용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입원상대평균진료비율 역시 전국 평균이 154.1%로 나타난 데 비해 울산은 166.0%로 타 지역에서 입원진료를 하는 비율이 높았다.

#외래·입원률은 전국평균보다 높아

엘리오앤컴퍼니 관계자는 "울산의 경우 의료공급을 평가하는 영역에서 전국 평균을 밑도는 경우가 많았고, 의료효율에서는 외래 및 입원 이용률에서 전국 평균과 비슷해 중간 정도의 순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울산의 의료여건은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정부차원 노력 시급

타 지역은 도시의 발전과 속도를 맞춰 교육, 문화, 의료 등이 같이 성장해나간데 비해, 울산은 산업도시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의료 등이 산업의 발전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 이로 인해 울산은 피부과, 성형외과 등 수익이 창출되고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병원은 상당수 증가하고 있지만 중증질환 등을 치료하는 병원은 답보상태에 있다. 더군다나 지역 내 종합병원은 10년째 4곳에 머물러 있다. 인근 부산의 경우 최근 종합병원(2차 치료기관) 몇 곳이 개원을 앞두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개인이나 민간에서는 투자에 비해 수익이 적어 투자하기 힘들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추진하지 않는 한 힘들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울산을 부산권에 넣고 부산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부산 투자의 10분의 1 수준만 울산에 투자돼도 여건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인력을 양성할 교육기관 부족, 또 이로 인한 의료 인력수급 문제 역시 발전의 저해요소로 꼽히고 있다. 울산의 문제점으로 항상 지적되고 있는 열악한 의료 인프라 문제는 한순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데 지역 의료계는 공감했다.  

지자체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태도도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울산 의료환경에 대한 비슷한 평가결과가 나와도 시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다. 한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지역 암센터 유치를 위해 울산시가 노력을 했지만 부산, 대구 등 타 지역에 비하면 적극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의료공급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현재 울산 내 병원 병상은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서비스에 있어 부족함은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시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시립병원 등을 검토했지만 울산 내 병상수도 남아도는 데 건립의 타당성을 얻기 힘들다. 또 의료인력이 흡수가 안된다는 문제 등이 있었다"며 "울산의 의료인프라 문제는 뚜렷한 대안 제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역 암센터의 경우 국립대 위주로 지정되다 보니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유치를 확실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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