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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많아 두둑한 보너스에
타 지역·해외 여행 연례 행사
기업체 휴양소마저 외지 설치


울산 지역 기업들의 여름휴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울산상공회의소가 내수진작 차원에서 펼치는 '울산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운동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가 많은 반면 관광 인프라는 취약한 지역 특성상,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출 중심의 제조산업에 비해 열악한 내수산업 진작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 상공계가 팔을 걷어부쳤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집단 휴가 도심 공동화가 여름 풍경

울산은 매년 7월 말~8월 초가 되면 1~2주가량 도심 공동화 현상을 빚어왔다. 주력 산업체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대기업이 일시에 집단휴가에 돌입하고 수백개 이상의 연관 협력업체들도 도미노 휴가에 들어가면서 근로자들이 타지로 대거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올해도 현대중공업이 오는 23일부터 보름 이상 여름 집단휴가에 들어가고 현대자동차와 현대미포조선은 30일부터 8월 7일까지 총 9일간 일손을 놓는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있는 북구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있는 동구는 휴가기간 동안 대부분 상가와 식당, 주점, 학원, 병·의원, 약국 등이 '여름휴가'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일제히 문을 닫는다. 남구와 중구의 도심상권도 이 기간 동안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 지역 경제 살리기 차원서 시도

이런 가운데 울산상공회의소가 '울산에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통해 지역 경기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각 기업체와 관계기관에 안내문을 발송, 울산에서 휴가보내기 운동의 취지를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는 한편 각종 가두 캠페인으로 시민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울산상의 측은 "근로자와 그 가족까지 합하면 최대 40만명이 일제히 비슷한 시기에 휴가에 돌입하고 이들 가운데 상당 수가 두둑한 휴가비를 갖고 타지 혹은 해외에서 휴가를 떠나는 것이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며 "도심 공동화로 극심한 매출 감소에 시달리는 지역 중소상인과 소규모 유통업체 등 유통·물류 등의 산업을 부양시켜 경기 양극화와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기업체들은 사내캠페인 등으로 호응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1년에 한 번뿐인 소중한 휴가를 집 주변에서 머물며 보내기 위해 기꺼이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배냇골 외 별다른 관광 인프라가 없는 지역의 관광 현실도 '울산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운동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 관광 인프라 조성 등 과제 많아


지역 내 대기업의 한 직장인은 "1년 365일 '근무중'인 직장인들의 일년치 보약인 '여름휴가'를 잘보내기 위해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휴가하면 맨 먼저 떠올리는게 여행인데, 남들 다 떠나는 휴가철을 일터와 집이 있는 울산이란 일상에서 보내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관광업계 역시 원칙적으로는 울산상의 캠페인에 공감을 하지만, 휴가를 떠나는 근로자들에게 울산에 남아서 돈을 쓰라고 권하기 하기에는 울산의 관광인프라가 너무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역 기업들이 하계 휴양지를 경주 관성·진리해수욕장과 청도 등지에 조성한 것도 울산에서 여름 휴가 보내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주 인근 해수욕장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덕양산업, 현대모비스, 이영산업, 울산대학병원, 태광산업의 지역 기업체 휴양지가 대거 조성됐다.

 하지만 지역 상공계가 올 여름 울산 휴가를 권장한데 대해 울산시관광협회는 "울산상의가 저조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지역 사회 여론 확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비록 작은 의지이지만 이런 여론이 한데 모이면 내수경기를 진작 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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