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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명의 빌려 불법영업…요양병원 주타깃
안아픈마을재단, 전국 33곳에 동일한 형식 분원
사무장 엄중처벌·내부고발자 보호 등 대책 절실

지난 5일 갑작스럽게 진료를 중단하면서 수십명의 입원환자들에게 의료공백을 전가한 남울산요양병원은 이른바 '사무장 병원'으로 알려진 불법 의료기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에서 무자격자가 명의만 빌려 운영하는 이같은 불법의료 시설로 인한 폐해가 커지고 있다.

#의사 고용 일명 '사무장병원'

울산시 남구 옥동의 남울산요양병원은 지난 2006년 6월 개원하면서 실질적인 병원의 주인 사무장 A씨는 월급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해왔다.
 또 부산에 본원을 둔 의료법인 안아픈마을재단의 이사장인 B씨에게 수천만원을 주고 명의를 빌린 후 매월 수백만원씩의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재단에 소속되는 형태를 취했다. 면허가 없으면 병원 개설이 불가능한 현행법을 피하기 위해 병원장 명의만 빌렸을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개인병원을 운영해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이같은 사실이 적발돼 A씨와 B씨가 부산지검에 구속됐고, 의료보험공단에서 후속절차로 이 병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중단했다. 결국 나머지 직원들은 진료를 중단하고 61명의 입원환자들을 강제퇴원 조치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검찰의 조사 결과 이 법인은 전국 33곳에 동일한 형식으로 분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관계자가 모두 사법처리됐다.

 남구 신정동 소재 S요양병원도 이 중 한 곳으로, 합법적인 시설 운영을 위해 인수대상자를 찾아야한다. 이 병원에는 6일 현재도 60명이 입원 중이다.
 울산시 남구보건소 박문자 과장은 "남울산요양병원에 대한 폐업을 종용하면서 S병원에서도 또 한차례 치료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형으로 조직화 '우후죽순'

이들 병원은 통상 무자격자가 개별 의사 면허를 빌리거나 고용해 불법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으로, 의료법인의 명의를 빌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고용한 개인의사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설하고 이익을 취해온 지역내 사무장병원이 기업형으로 조직화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의료계의 분석이다.

 특히 보험급여관리가 허술한 요양병원을 주타깃으로 진출하면서 상당수 지역 의료 현장에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이들 병원은 영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부실한 진료가 행해지기 때문.
 특히 공단으로부터 지급받는 보험급여가 같을 경우 환자의 상태를 무시하고 값이 싸고 리베이트가 높은 제약회사의 약을 처방하거나 가짜 환자를 만들어내기 일쑤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는 각종 보험 범죄 증가 요인이 되면서 그 피해가 일반 보험가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실제 안아픈재단 소속 병원들도 보험설계사와 결탁해 허위 입원환자를 만들어 보험금을 과다청구했고, 원무과 직원 4명만 두고 주로 가짜 환자를 입원시키는 교통사고 전문으로 운영하거나 간호 조무사가 쌍꺼풀 시술을 하기도 했다.

#적발돼도 사무장은 처벌 약해

사무장병원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사법기관이 적발해도 정작 사무장들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명의를 대여한 의사에게 병원운영과 관련된 모든 책임이 부과되기 때문에 처벌을 우려한 의사들이 이를 숨기면서 내부고발자가 생기지 않아 표면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사무장에게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만을 부과하고 있으나, 고용된 의료인에게는 자격정지 3개월에 더해 형사처벌 및 보험금 환수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 병원 부도 등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많은 수의 의사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사무장 병원에 들어가면서 이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최덕종 울산지부장(삼산요양병원장)은 "사무장 병원에서 치료를 방치하는 바람에 상태가 심각해져 찾아오는 환자들도 상당수다"며 "지역 의료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고발자가 없어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 병원의 실질적 주인인 사무장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면서 양심선언을 하는 의사들에게 면책권을 주지 않는 이상 근절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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