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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여수 국가산단 정전 수백억대 피해 발생
규모 큰 울산지역 피해액 더 클 수 밖에 없는 상황
15일 매곡·달천·여천공단 등 수백여곳 가동 중단
정전 예고·재공급 시기등 안내 없어 피해 더 키워


지난 15일 일어난 '정전 대란'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불리는 울산의 전력관리와 비상시스템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주요산업단지가 위치한 울산의 경우 제대로된 비상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을 경우 정전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울산시와 한국전력 울산지점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10분께 전력거래소가 전력예비율 확보를 위해 지역별로 30분 단위로 전력공급을 중단하면서 울산지역도 같은 날 오후 3시21분부터 순환정전이 발생했다. 비상시 수급계획에 따라 가장 먼저 3만여 가구가 정전됐고, 이후 30분 단위로 지역별로 옮겨가며 3만∼5만여 가구에 정전이 잇따랐다. 이날 하루 울산지역에 정전이 발생한 전체 가구수는 10만∼20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다행히 기업이 밀집한 공단지역의 정전은 없어 울산지역 대기업에는 정전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1월 발생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정전사고로 수백억대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개의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하는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경우 그 피해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비상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이날 갑작스런 정전에도 불구 상황 전파 시스템과 비상시스템 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역 중소기업에는 조업 중단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울산 북구 매곡산업단지협의회는 64개 입주기업이 모두 30분에서 2시간가량의 정전을 겪었다고 전했다. 자동차용 철판을 만드는 청보기계 공장에서는 철판이 전기로 작동하는 크레인에 매달린 채로 갑자기 정전이 발생해 아찔한 순간을 겪어야 했다. 정전이 오후 4시부터 2시간 가량 이어지면서 업체는 20여명의 직원들을 모두 조기 퇴근시켰다.

 매곡산단의 10여개 업체도 조업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일찍 퇴근조치했고, 북구 달천농공단지의 75개 입주업체 역시 정전으로 모든 업체의 조업이 30여분간 중단되고 10여개 업체는 직원을 귀가시키고 공장가동을 멈췄다. 북구 중산산업단지에도 15개 업체의 생산라인이 멈췄고 남구 여천매암공단의 150여개 중소기업도 정전사태를 겪었다.
 이에 따라 전국적 비상상황에도 한전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에 지역 중소기업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남구 중소기업협회의회 관계자는 "한전에서 미리 정전을 알려줬더라면 작업시간과 작업형태를 바꿔 충분히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고, 매곡의 자동차 자동화설비 업체 관계자는 "철판 하나에 1,000만원 이상인 제품도 있는데 정전으로 불량이라도 생겼을까 걱정이다. 최소한 언제쯤 전력이 다시 공급된다는 것 정도는 알려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울산지점 관계자는 "비상상황이다보니 전화로 알릴 시간이 없어 공단 등 기업고객에게 미리 정전이 일어난다고 SMS(문자메시지)로 알렸으며, 1,421호의 민간고객(울산지점 고객)에게도 비상시 전력수급대책이 작동하고 있다고 SMS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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