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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통 텃밭서 토박이 무소속 후보에 무릎
40~50대 중산층 지지표 이탈 극복 해결과제로 남아
지역 야권 인물난 속 단일화 불구 20% 지지율 그쳐
젊은층 투표 참여 등 유권자 맞춤형 선거전략 실패

1. 10·26 보궐선거가 남긴 것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가 된 지난 10.26 선거는 지역 여야 정치권에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다. 지역의 민심이 예전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충격이 컸던 것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에서 토박이 무소속 후보에게 패한 한나라당이다. '깃발만 꼽으면 당선'되던 지역에서도 '반 한나라당' 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음을 확인하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 울산시당은 "동네표가 승부를 가른 선거로, 동네표가 크게 작용하지 못하는 총선에서의 투표성향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자위하고 있기는 하다.

#"동네표-총선연결 무리"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남구와 중구에서 '동네표'는 거의 한나라당이 독식해 왔다. 이 지역에서는 울산이 광역시 승격한 이후  '동네표'를 기반으로 한 후보가 한나라당(여권)이 아닌 다른정당 혹은 무소속 후보로 당선된 경우는 없다. 이번에 보궐선거가 이뤄진 신정1,2,3,5동의 경우는 지금까지 한나라당 후보가 지방의원까지 독식해왔다.
 더구나 이번 보궐선거는 한나라당이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수성'에 실패한 점은 곱십어 봐야 한다. 이 지역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최병국 시당위원장을 비롯 박순환 시의회의장 등 한나라당 선출직들이 총 동원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또 토박이들의 구성비율이 적은 아파트 지역 투표소에서 한나라당이 야당후보와 무소속 후보와 근소한 차의 접전을 벌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역 중산층의 표심이 한나라당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전조로도 읽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젊은 층 이탈'이라는 공통의 문제와 함께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해법 마련이라는 숙제를 부여 받았다는 분석이다.

#대안세력 믿음 못주면 또 실패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지역 야권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인물난을 겪으면서 비교적 쉽게 '단일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야 4당의 총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3자 대결구도에서 조차 20%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그쳤다. 야권에서는 이번 보궐선거의 승부를 가른 것이 '낮은 투표율' 때문이었다고 평가하고, '선전'했다고 하지만 '실패한 선거'라는 분석이 더 많다. 무엇보다 한나라당과 토박이 무소속 후보에 대항할 만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지역대학 총학생회장과 시당 대변인을 지낸 후보의 이력을 무시할 수 는 없지만, 중,장년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궐선거에서 젊은 후보를 선택을 한 것은 유권자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였던 만큼 투표율을 높이는데 더 치중했어야 했다. 젊고 참신한 후보를 내세운 만큼 젊은 유권자들이 좀 더 투표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물론 야권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중산층이 사는 아파트 지역에서 여당과 무소속 후보와 접전을 벌임으로써 내년 총선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나라당의 텃밭이 균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내년 총선에서 '야당지지'로 연결될 것이라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대안세력으로서의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여전히 한나라당 또는 무소속 후보의 강세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10.26 보궐선거는 현재 지역을 양분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모두 '위기의 계절'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면서 "여야 모두 변화된 지역 민심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원기자 m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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