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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에 이어 전국 문화재관련 단체, 학계 일부가 울산시와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일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를 찾은 가족 나들이객들이 물에 잠긴 암각화를 망원경으로 유심히 보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물문제-암각화 분리대응 등 울산시 정책 비난
문화계 오늘 서울서 유로변경안 철회촉구 회견
울산 입장 중앙정부 전달 창구 부족 반발 낳아
문화적 가치 보존·물문제 해결 해법 마련해야


전국의 문화재 관련 단체와 학계에서 '식수원을 지키기 위해, 물 길을 돌리자'는 울산시의 제안을 맹비난하며 "사염댐 수위를 낮춰, 반구대 암각화를 당장 물 밖으로 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시와 정부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대한 엇박자가 노골화되면서 전국의 '암각화박물관 건립 논란'이후 또 다시 문화재 관련단체가 개입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 문화예술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이 직접 나서 '울산시민들을 위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사연댐 수문공사 즉각 시행"

반구대암각화보존대책위원회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황우평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김호석 화가(암각화박사), 김상수 작가, 변영섭 고려대교수, 성익환 국립지질자원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실태와 보존방안 등과 함께 울산시의 유로변경안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울산시가 실제 부족하지도 않은 물문제를 핑계로 제시한 유로변경안의 즉각 백지화, 문화부와 문화재청의 반구대 직할 관리, 물문제와 반구대암각화 보존의 분리 대응, 사연댐 수문공사의 즉각 시행,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즉각 추진 등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리 발표한 성명을 통해 "대통령과 울산시장,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반구대를 두고 행하고 있는 구태의연하고 낡은 관료적 발상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암각화 보존을 위해 하루속히 사염댐 수위를 낮추고 물에서 건져내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문화재 관련 학계에서의 대응은 울산시가 최근 정부가 울산권의 물대책에 대한 언급없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비(사연댐 수문설치)를 내년 예산에 반영하자, 정부 각 부처를 통해 '유로변경안'을 적극 설득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울산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문화재관련 단체들이 주장해온 내용들이 대부분이다"면서 "이들의 주장은 시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울산의 물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물 부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물문제 만으로는 대응 어렵다

문제는 울산시의 이 같은 노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점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지닌 문화유산의 가치가 워낙 높아 '울산권 물 문제'만으로 이들 단체들의 주장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울산지역 문화예술단체들도 반구대암각화가 가지는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지역민들의 생존이 걸린 '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더구나 울산의 경우 중앙 문화단체나 학계에 울산의 입장을 전달할 창구가 부족한 탓에 제대로 된 시민들의 정서나 식수문제에 대한 울산의 현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 "보존운동 일원화해야"

이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반구대 보존운동을 일원화하고 전시민이 동참하는 보존운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울산민예총 이강민 지회장은 "지금 이 시점에서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각기 다른 보호 방안 중 어느 것이 타당하느냐에 대한 단순한 물음이 아닌 울산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왜곡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한 후 시민들의 여론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울산시민이 중심이 된 반구대 암각화 보존 운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반구대 암각화 선사문화보존회 문모근 회장은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입장차가 오래 지속되면서 울산시민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점점 무관심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반구대 암각화가 보존돼 문화 콘텐츠로 다양하게 개발된다면 그 누구보다 울산시민들에게 자긍심은 물론 다양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시민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울산시민들을 대표하는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환기시킬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울산예총 한분옥 지회장은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면서도 울산시민들의 식수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유로변경안이 가장 적합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역 예술인과 시민들이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울산문화원연합회 장태호 사무국장은 "지역의 전문가들도 각 분야에 따라 의견이 달라지면서 수십년 째 보존방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보존방안이 방법은 다르지만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궁극적인 목표가 같은 만큼 하루 빨리 보존방안을 마련해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강정원기자 mikang@ 손유미기자 ym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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