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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의 향연이 채 끝나기도 전 영남알프스를 포함한 울산 근교 산은 이제 단풍이 유혹한다. 정상부의 은색 억새밭 아래로 드문드문 오색찬란한 단풍 빛이 화려한 빛을 더한다.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정상에서 시작된 단풍은 이달말에서 내달 초 절정에 이를 것이다. 울산시민들이 갈 만한 단풍 길을 소개한다.

   
▲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구간 중 배내봉에서 간월산을 거쳐 신불산 칼바위 공룡능선에 이르는 길이 억새와 함께 가을 산악인들을 유혹하는 단풍 명소다. 사진은 지난해 11월초 배내봉에서 간월산으로 이르는 절벽 능선길에서 바라본 작궤천 상류의 단풍 모습이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영남알프스의 단풍길 백미
 #'배내봉~간월재~칼바위 능선~홍류폭포'
배내재(680m)에서 배내봉(966m)을 지나 간월산(1,086m)을 거쳐 간월재로 이르는 구간은 지금 단풍이 시작됐다. 능선을 따라 난 오솔길 발아래 단풍이 지천이다. 정상부에서 시작된 거대한 단풍 띠는 이제 빠르게 산 아래로 향할 것이다.
 
배내재에서 간월산으로 오르는 초입은 밋밋하 배내봉(966m)에 다다르면 사방으로 1,000m급 봉우리들이 눈앞이다. 서쪽으로는 재약산 수미봉과 사자봉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너머로 켜켜이 준봉들이 줄을 서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가지산 봉우리와 쌀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영남알프스 준령들에서 살짝 비켜난 고헌산도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 간월재에서 등억온천단지 쪽으로 내린 단풍.

 
배내봉에서 간월산 정상까지는 줄곧 등억리 온천 지구를 굽어볼 수 있는 능선길이다. 온통 억새와 철쭉, 참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멋진 길이다. 오솔길 왼쪽으로는 깎아지른 암벽이다. 용기를 내어 발아래로 눈을 내리면 단풍이 지천이다.
 
간월산 정상에서 간월재로 내려가는 길은 온통 억새다. 멀리 벌써 회색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 신불산 칼바위가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칼바위 능선은 멀리서 보기에 마치 물고기 등지느러미처럼 날카롭고 뾰족하다. 간월재 동쪽 홍류폭포, 등억온천단지로 이어지는 고불고불한 간월산 임도로 산행을 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칼바위 공룡능선을 포함한 이 루트가 신불산 단풍길 중 으뜸이다.

가지산의 속살 학심이 골
#'운문령~쌀바위~학심이골~사리암~운문사'
지역 산악인들이 꼽는 단풍 산행 명소 중이 하나가 가지산 학심이 골이다. 학심이 골을 지역 산악인들이 '가지산의 속살'로 표현한다. 그만큼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채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학심이 골을 가는 산길은 많다. 가지산 운문령을 지나 경북 청도의 천문사에서 배넘이 골을 넘어 가는 길(3~4시간), 운문사, 사리암 주차장을 거쳐 가는 길(휴식년제에 따라 폐쇄)을 가면 그리 어렵지 않다. 석남사에서 곧장 쌀바위쪽으로 오를 수도 있다.

   
▲ 가지산 쌀바위 근처에서 밀양 운문사 쪽으로 내려가는 학심이골의 단풍.

 

운문재에서 쌀바위쪽으로 올라 학심이 골로 내려가는 산길은 귀바위에서 쌀바위 가는 임도에서 시작된다. 초보자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길을 찾지 못할 정도로 산악회 리본 말고는 아무런 표식이 없다.
 
일단 임도를 벗어나 능선을 따라 경사길을 내려가면 키 작은 산죽 군락지를 지나게 된다. 이때부터는 골짜기를 치고 올라오는 바람을 마주해야 한다.산죽군락을 지나면 이번엔 너덜바위다. 이끼가 덕지덕지 붙은 바위 주위로 세월에 혹은 모진 바람에 수명을 다한 폐목들이 이름을 알 수 없는 버섯들에게 자양분을 제공하며 널브러져 있다. 너덜바위 길을 2,30분 남짓 더 내려가면 크지 않은 계곡이 나온다. 이 곳 부터 시작된 계곡은 가파르게 수많은 폭포와 소를 만들어 놓고 있다. 아직 녹색티를 벗지 못한 나뭇잎 들 사이로 울긋불긋 물이 든 나뭇잎들도 많다.
 

   
▲ 학심이 골은 가지산의 속살이라 불릴 만큼 가을 산행의 명소다.
 
계곡길을 더 내려가면 학소대폭포가 절경이다. 학심이 계곡은 가지산 정상쪽으로 향한 능선들을 따라 만들어진 심심골과 만난다. 심심골 역시 지역의 산악인들이 즐겨찾는 명소다.
 
학심이 골과 심심골이 합쳐지는 곳에서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사리암 주차장이 나온다. 사리암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난 도로를 계속 내려가면 운문사가 나온다. 운문사 입구에 줄지어 선 단풍나무 역시 가을철 등산객들을 유혹하는 명소 중의 하나다.

울주의 소금강 대운산
#'상대마을~내원암계곡~내원암~정상'
영남알프스에서 남쪽으로 조금 벗어난 울주군 대운산 내원암 주변도 지역 산악인들이 꼽는 단풍 명소다. 원효대사의 마지막 수도지로 알려진 대운산(742.7m)은 빼어난 절경을 가지고 있지는 아니지만 적당한 능선과 기복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는 데는 모두 이의가 없을 것이다. 특히 산행 길 내내 손짖하는 단풍이 가을 산악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 대운산 내원암의 가을 단풍

 
이 산을 오르는 길은 많으나 대체로 산꾼들은 장안사를 기점으로 해서 척판암을 통해 정상에 오르는 길을 택하지만 울산 12경의 명성에 걸맞는 풍광을 즐기기 위해서는 온양읍 운화리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남창 4거리에서 부산 방면 쪽으로 1km 정도가면 과적차량 검문소가 나오고 이를 지나면 하대, 그리고 곧이어 상대마을이 나온다. 상대마을 초입에 12경 안내 입간판이 서 있으니 찾아들기는 아주 쉽다.
 
이곳에서 추발해 만나는 계곡은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줄거나 마르지 않는다는 것이 자랑이다. 내원암 앞으로 흐르는 물 역시 맑기가 수정 같아 감탄이 저절로 튀어 나온다. 특히 대운산 계곡은 계곡 주위의 펼쳐져 있는 벼랑이 험준하면서도 아름다워 소금강이라고도 불린다.
 

내원암 계곡의 특징은 너른 바위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요즘같이 바람에 몸 맡기고 누워 물소리, 바람소리를 벗삼아 오색 빛깔로 치장한 단풍나무를 보며 한껏 사치를 부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상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잇단 전망대를 지나 새로 설치된 430계단을 통과하면 약 대운산 정상에 닿는다. 남서쪽으로 가깝게는 불광산 시명산이, 멀리는 달음산과 장산이 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천성산과 영남알프스 연봉, 울산 문수산 등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처다.
 
내원암 단풍 즐기기를 끝내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 인근 장안사나 척판암 등 역사의 향기 가득한 명찰을 둘러보는 것도 마음을 풍요롭게 할 것이 틀림없다.
 
가을, 우리 마음을 물들이기 시작하는 계절, 경쟁과 피곤의 시간에서 잠시 뒤로 물러나 가슴 환히 밝혀줄 대운산 내원암 계곡에 몸을 맡겨 보자. 맡긴 만큼 행복 지수는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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