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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모래밭을
신발 벗어 들고
꾹꾹 밟으며 걸어요
 
나를 괴롭히는 민욱이
미워지려는 마음도
꾹꾹 밟으며 걸어요
 
걸어온 자리
돌아보는데
움푹 패인 모래밭에
파도가 다녀갑니다.
 
사르르
 
파도는 연고처럼
모래밭에도 내 마음에도
새살 돋게 합니다.

■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봅니다. 나로 인해 힘들거나 마음이 아팠던 사람이 없는지  들여다보는 밤입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때론 상처를 주기도 하고 웃음을 주기도 했을 시간들, 이 시에 나오는 파도처럼 내 마음에 난 상처,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낸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고 싶습니다. 참 따뜻하고 한 해를 돌아보게 하는 시 앞에 숙연해 집니다.  김이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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