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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불 시그널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驛)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
의지할 의자(椅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아득한 선로(線路)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만 역(驛)처럼 내가 있다

■ 홀로 외떨어진 역의 고독감과 격절감에 자신의 심리 상태를 감정이입시켜 군더더기없이 나타내고 있다. 가만히 음송하다보면 시인이 느꼈을 그 절대 고독이 전이돼 온다. 시각적으로  간결한 뼈대 그대로 이 시는 단순하고도 읽기 쉽다. 하지만 격조가 있다. 이제 여행이라하면 떼로 몰려 다니는 관광 버스 여행이나 승용차로 쏜살같이 다녀오는 여행이 달랑 배낭 하나  메고 떠나는 여행 본연의 그 고즈넉함과 낭만을 밀어낸지 오래다. 류윤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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