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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표충사 우화루 마룻바닥입니다.
엇갈린 판재들의 무늬가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습니다.
가로와 세로로 켜는 모양새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의 나이테에는
어느 해에 가뭄이 들었는지, 어느 해에 많이 자랐는지 일생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 섬세한 결은 오랜 시간을 건너오면서 많이 무디어졌지만, 여전히 선명합니다.
맨발로 올라보면 나무 특유의 질감이 정갈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이나 나무나 살아온 시간만큼 연륜을 가집니다.
때로 삶의 흔적들은
일그러지고 찌그러지고 옹이가 가득 박힌 채 고약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도태되지 않으려 끊임없이 악다구니치고 싸워온 상처도 생깁니다.
그런 치열함 속에서 깨우치며 축적된 것들이 모여 위기 속에서 지혜를 발휘합니다.
 
날카로움 보다는 부드러움을,
부분보다는 전체를,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숨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그런 혜안이 필요할 때입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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