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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달동 한 공사장에 뿌리내린 포도입니다.
언제 어떻게 이 척박한 땅에 견고한 삶의 뿌리를 내렸는지 알 수 없지만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덕분에 아직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담장 안에 터를 잡은 포도나무는 이제 훌쩍 키를 키워
담장 너머까지 그 시야를 넓혔습니다.
무성한 잎 사이로 아직 여물지 않은 포도송이가 아기자기합니다.
군데군데 병이 옮아 미처 영글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알들이지만
한여름을 건너가는 포도는 의연합니다. 
 
이틀째 폭염주의보 속 정수리에 쏟아지는 열기는 후끈합니다.
햇볕이 뜨거운 만큼 그 열매는 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볕이 강하면 강한 대로 견디어 낸 긴 시간 끝에
얻어낸 충실한 결과물들은 그래서 더 알찬지도 모릅니다.

찜통더위, 불볕더위라고 호들갑을 피우는 것이 일상인 요즘.
연약한 포도나무의 덩굴보다 더 나약한 것은 아닐까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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