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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간절곶 해안의 풍경입니다.
어느 순간 파란 하늘이 농밀한 해무 뒤로 사라졌습니다.
스멀스멀 안개의 입자들은 해안선을 지우고 등대를 지우며 뭍으로 상륙했습니다.
세상은 색을 잃고 뿌연 형체로 남았습니다.
짙은 해무는 잠시 시야를 가렸고,
뜨거웠던 대지는 금세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머리 위로 갈매기 두 마리 정물처럼 날았습니다.
해무에 갇힌 바다는 열리지 않았지만
바닷새들은 의연하게 제 갈 길로 갔습니다.

가득한 해무를 뚫고 무적이 울었습니다.
빛이 다가서지 못하는 공간을, 소리는 섬세하고도 깊은 신뢰로 건너갑니다.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입니다.

등대는 빛이든 소리든 배들이 인지함으로써 존재의 가치를 다합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은 해무 속의 오후.
나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등대처럼 지낸 시간이 있었나? 기억 속을 헤집었습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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