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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하북 한송예술인촌 어느 집 앞의 풍경입니다.

여리고 앳된 꽃들이 자리 잡은 축대 사이 계단에 세운 물고기 모양 우체통이 정원에 줄지어 선 조각을 구경하려 함부로 들어가려던 발길을 잡아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기계적 장치 없이 스테인리스로 이루어진 뱃속이 소식을 넣을 공간입니다.
차가운 금속이 품을 따뜻한 소식은 이질적이지만,
평생을 뜬눈으로 지내는 물고기의 삶이 기다림으로 점철돼 상쇄되는 듯합니다.
 
고지서와 홍보전단만 들락거리던 우편함이
전자 우편과 문자메시지에 자리를 내어준 지도 오래입니다.
 
뜻하지 않던 그리움이
어느 날 이국의 기차역에서 보낸 엽서 한 장으로 당도했을 때
그리움은 부러움이자 반가움입니다.
 
오늘 저녁 누군가가 기다릴 그 반가움을 빨간우체통에 담아 보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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