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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서 구영못의 풍경입니다.
낚싯대를 펼쳐놓고 어신을 기다리는 꾼의 마음은 조과釣果를 기대합니다. 물고기의 입맛을 유혹할 향기 안에 치명적인 날카로운 바늘을 숨긴 채, 기다림을 감내합니다. 가끔 녹아 풀어진 떡밥을 교체하거나, 약은 입질에 빼앗긴 지렁이를 새로 끼우는 것 외엔 늘 모든 신경은 초릿대에 집중합니다. 가늘고 긴 낚싯줄 하나로 물밑을 보는 꾼은 가녀린 어신魚信을 볼 줄 아는 매의 눈과 물고기가 바늘을 충분히 삼킬 때까지 더 참을 줄 아는 인내를 겸비해야 합니다. 길고 지루한 시간의 끝에 전해오는 묵직한 손맛을 아는 꾼의 기다림은 그래서 늘 설렘을 전제로 합니다. 그 옛날,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의 깊은 손맛은 고난으로 점철된 물 위의 시간을 견고하게 딛고 지나가야 얻을 수 있다는 조선釣仙의 경지였을 겁니다. 낚시꾼보다 더 입질을 조바심내는 구경꾼을 희롱하듯 잠자리 한 마리. 머리 위에 맴돌다 가을 속으로 사라집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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