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여름 볕을 견디어 낸 연밥입니다. 청초하고 영롱한 꽃이 품고 키워낸 한해의 결과물입니다. 꽃봉오리 안에 알알이 박힌 초록의 구슬이 농밀한 여름 볕을 지나며 짙은 갈색으로 영글어갑니다. 땡볕이 스러지고 조금씩 세상이 가벼워지면 연밥은 꽃이 진 자리에 홀로 섭니다. 천 년을 견딘다는 견고한 껍질 안에서 연은 아득한 미래를 기약합니다.
 
진흙탕을 딛고 섰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불염성不染性의 상징으로 불가와 깊은 인연을 맺었습니다. 단단하게 강제된 틀 안에서 언젠가 다가올 세상을 기다리는 연의 기다림은 그래서 먼 미래에 온다는 미륵보살을 닮았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후, 연밥이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환합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