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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양동마을 서백당의 향나무입니다.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의 집성촌인 양동마을은 500여 년의 역사가 존재합니다. 설창산에서 내려온 물勿자형 명당으로 그 중턱에 손씨 종택인 서백당이 자리합니다.
 

조선 석학 우재 손중돈과 회재 이언적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3인의 현인이 탄생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옵니다. 지금도 서백당은 시집간 딸이 출산을 위해 오더라도 안방을 내주지 않는다는 특별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백당 앞마당에 굳건하게 선 향나무의 시간은 마을의 역사와 함께합니다.
500여 년의 고단한 생애에 휘어지고 뒤틀린 나무 아래로 제 몫을 다한 표피들이 융단처럼 깔렸습니다.
속을 비우면서 키워온 우람함은 이제 시멘트로 채워야만 버틸 만큼 노쇠해졌지만, 상처를 딛고 우뚝 선 그 푸름은 여전합니다.
 
먼 세월을 한 생애로 건너온 나무가 가진 고고한 기품, 백 년도 이어가기 힘든 사람의 시간은 넘볼 수 없는 당당함으로 튼튼합니다.
사람도 그 시간을 가진다면 저런 깊음을 가질 수 있을까-야윈 햇살 가로지른 서백당 앞마당에서 오랫동안 서성입니다.  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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