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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100리길 4구간 중 복안저수지 길가 풍경입니다.
 싹을 틔우고 꽃과 열매를 맺던 한 생애가 마지막으로 일군 한 송이 꽃입니다. 햇살과 바람과 비와 구름이 어울린 찬란했던 시간은 가고, 진갈색으로 변한 고목의 삶이 문득 쓸쓸합니다. 알 수 없는 시간에 버섯 포자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썩어가는 주검에 뿌리내려 피운 화사한 색이 나무의 유언처럼 선명합니다. 나무의 부재가 드러난 곳에 가득 찬 삶은 포자를 날릴 순간을 기다리며 안으로 살찌우기가 한창입니다. 다른 시간,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순한 생명의 순환은 아낌없이 주는 것들의 절정입니다.
 숲으로 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가을이 왔나 봅니다. 이렇게….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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