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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읍천항의 풍경입니다.
 어느 어부의 아낙이 말려놓은 생선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한때 대양을 떠돌던 삶이었겠지요.
 물결 따라 흐르던 생의 배경이 바람 따라 흐르는 하늘로 옮겨졌습니다.
 비늘을 벗고 가슴을 비운 채 가을 햇살 아래 표백되는 망향의 시간.
 그 치열했던 유영의 기억은 이제 박제된 과거일 뿐입니다.
 
 얇은 끈 하나에 지탱되는 긴 마름의 시간 끝,
 군더더기 다 버리고 알짜 육질만 남겨
 늙은 어부의 저녁밥상을 살찌울지 모를 일입니다.
 
 가끔 시궁창 물 흐르는 것 같은 내 가슴도 내어 말리면
 샘물 흐르는 순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정물처럼 오랫동안 서 있었습니다.
 
 멀리 갈매기 한 마리 선문답 하듯 끼룩거리며 날아갑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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