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대 아래서 내가 버렸는지, 내가 버림받았는지 모를 사랑을 생각했네
감정에 서툴고 표현에 인색한 사람 사이엔 늘 오해가 벽처럼 쌓여
넘을 수 없는 슬픔이 추억처럼 남겨지곤 했네
 
겨울 한복판
아직 등불을 켜지 않은 등대 아래에 서면 외로움의 깊이만큼 깊은
청록색 바다가 보였네
절망과 허무를 낮술에 맡기면
가끔 그리움이 희망처럼 일어나곤 했네
 
기억해선 안 될 숫자를 누르고 끝내 부재중 전화로 남겨진 치기 어린 미련,
괜히 미안해지고 괜히 섭섭해지는 오후
차가운 하늘가 창백한 낮달만 오래도록 쳐다봤네
눈시울에 노을이 들불처럼 번졌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