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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더 이상 단일 민족 국가가 아니다. OECD에서도 우리나라에 권고한 사항을 보면 "대한민국이 계속 '단일민족국가'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2013년 1월1일 기준, 안전행정부 통계를 보면 주민등록 기준의 국내 외국인 주민은 총 144만여 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8%에 해당한다. 광역시를 하나 만들고도 남을 인구다.

 다문화 가정과 자녀들의 숫자도 급속도로 늘어 가고 있는 추세다. 울산 지역의 다문화 가정수도 해마다 늘어나 2,000여 가정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 다문화 가정은 더 이상 우리와는 별개의 민족이 될 수 없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할 한민족인 것이다.

 지난 13일 울산 중앙 소극장에서 막을 내린 극단 푸른가시의 연극 '은미'는 울산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 여성의 삶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한 작품이다. 작년 울산 연극제에서 대상을 비롯해 전국 연극제에서는 단체 은상을 받은 작품이다. 희곡상을 받은 전우수씨의 작품을 이현철씨의 연출로 올 해 재공연하는 5일동안 객석의 호응도가 뜨거웠다.

 베트남에서 울산의 시골마을로 시집 온 은미(윤미순 역)는 가난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지체 장애자인 남편 원식(김종아 역)을 내조한다. 더구나 베트남전에 참전해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시아버지 평철(황성호 역)과 시어머니 두동댁(하다효지 역)을 모시며 산다. 하지만 불행은 계속해 자식대까지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다.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시아버지와 지체 장애 1급의 남편, 그리고 어린 아들은 희귀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엎치고 덮친 기구한 현실 가운데서도 은미는 희망의 끈을 놓치 않은채 굳세고 밝기만 하다. 그녀의 밝은 웃음은 그래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남부럽지 않은 현실중에도 때론 시련 앞에서는 너무나 쉽게 자포자기해 버리는 우리들 아닌가?

 연극 은미는 먼 이국땅을 밟아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이 우리 어머니들 모습과도 닮아 있다. 가족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며 힘과 위안이 되어주며 난관을 극복해가는 과정들이 그래서 더욱 정겹고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고 있는 작품이다.

 결국 가난이나 시련도 가족간의 사랑을 끊을 수 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간의 사랑은 국적 불문의 세계 공통어이자 변할 수 없는 문화인 것이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이 이 시대에는 더 이상 낯선 단어로 들려지지 않는다. 사랑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화합과 사랑을 함축하는 단어로 뿌리 내리길 소망하게 하는 연극 '은미'에게 감사 한다. 그리고 전우수 작가의 탄탄한 희곡 구성과 극단 푸른가시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 앙상블과 연출력이 객석을 뜨끈한 감동으로 달궈준 작품였다.

 울산 근대연극의 태동도 어느새 50여년이 훌쩍 넘었다. 필자도 울산이 고향이고 토박이 배우로서 지난 25년째 연극 활동을 하며 느끼는 바가 새롭다. 내 고향 울산 연극의 기틀과 토대를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마련하고 디딤돌 역할을 해 온 선배님들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하고 한없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젠 후배들이 어느새 중견 배우들이 돼 울산 연극계의 든든한 허리역할을 하며 울산 연극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다.

 인류 탄생이후 연극 예술 행위는 가장 오래된 순수 예술이다. 우리들의 삶과 희노애락을 고스란히 담아 표현하는 순수 예술이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공존하고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울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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