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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여행하기 좋은 달이다. 서점가에도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을 겨냥한 여행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안내서를 고르면 되겠지만, 어디론가 떠날 수 없다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행지의 감성을 그대로 전해주는 여행 에세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소설가와 시인, 언론사 특파원 출신 등 글쟁이들의 여행에세이는 빈약한 글을 얄팍한 감성과 사진으로 떼운 책들과는 깊이가 다르다. 자신만의 여행법을 전해주는 글쟁이들의 여행 에세이 신간들을 소개한다.
 우선 소설가 함정임(50)씨가 여행 에세이 '먹다, 사랑하다, 떠나다'를 펴냈다. 책에는 1년에 한 달은 일상이 아닌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온 함정임 작가가 20년 넘게 세상을 떠돌며 맛본 음식과 문학 이야기가 담겨 있다.
 스무살 무렵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 '잃어버린 포도주'에 사로잡혔다는 작가는 프랑스, 그리스, 체코, 멕시코, 쿠바,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아일랜드, 미국, 헝가리, 터키, 페루, 네팔 등에서 맛본 음식과 문학 이야기를 한데 버무려 감칠맛 나게 들려준다.


 그리스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죽기 전에 에게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찬탄한 에게해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 요리를 맛보며 인생을 돌아본다.
 또 체코 프라하에서는 보헤미안 전통음식을 음미하며 프라하 출신 소설가 밀란 쿤데라를 떠올린다.
 "소설가에게 삶은 허구(창작소설)의 기반"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나에게 삶이란 매 순간 소설과 함께 떠나는 미지의 여행"이며 그 중심에는 음식이 있다며 음식 예찬론을 펼친다.
 "삶과 문학, 그 둘을 윤기 있게 작동시키는 힘, 그 요체는 음식에 있음을 소설가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터득했다."고 말하는 함 작가.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그녀는 단 하루를 살아도 현지인처럼 먹고 살기를 원칙으로 한다.
 여행지에서의 시작 역시 장을 보는 것이고, 그 끝은 그 도시에서의 성찬(盛饌)으로 마무리한다. 그에게 여행의 시작과 끝을 기분 좋게 전환시켜주는 것은 언제나 힘(에너지), 곧 요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일간지와 잡지에 연재한 글을 묶은 것이다. 정리=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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