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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따라 나려한다. 그 눈물이 공감이 가는 상황과 내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깊이에 따라 감동으로까지 전이된다. 또한 그 감동은 결국 눈물 흘림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공감대 형성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서사적인 당위성과 진정성이 뒤따라 와 준 공감대라면 다르다. 각 개인의 감정선과 영혼의 미세한 울림선을 지나며 감동이라는 잔잔한 물결로 눈물샘을 터뜨리게 하는 것이 바로 감동 유발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 현상은 비단 연극적 요소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흔히 일어 날 수 있는 감정선이다. 우리가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3월 현재 영화 진흥위원회의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의 누적 관객수는 1,4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역대 흥해 순위 2위에 올랐다. 이렇듯 영화 국제시장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한국적 정서인 눈물의 원천샘을 자극 하기에 충분한 서사적 형태의 지난 근현대사를 충실히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한 가족이 겪는 파란많은 질곡의 가족사로 대비시켜 동시대를 살아 온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결국엔 감동의 눈물샘을 터뜨리게 하고야 말았다.
 일제 해방 이후 곧이어 이데올로기의 갈등으로 터진 6.25 전쟁은 수없이 많은 피난민과 이산 가족을 남기며 분단 조국으로 만들고야 말았다.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의 비극적 알레고리도 이 시대적 상황 위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쟁은 고아와 이산과 가난한 현실을 안겨줬다. 당시 마지막 피난처이던 부산 국제시장은 피난민들의 상거래와 일본 밀수품 거래와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던 실향민들 삶의 터전이자 본거지가 됐다.
 영화 국제시장은 이 파란많은 근현대사의 여정을 서사적 형태의 파노라마로 스크린에 오롯이 펼쳐 보여주고 있다. 전쟁과 실향과 가난을 이겨내기 위한 파독과 월남 파병과 이산 가족 찾기의 생생한 아픔과 근현대사를 아우러는 시대적 상황위에 덕수는 표류하듯 하지만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자식은 아버지의 역사이자 미래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닮아 있다.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고단하고 불행한 현실에서도 아버지를 오뚜기처럼 우뚝 다시 서게 하는 힘은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들과 자식들에게서 얻는 위안과 용기 때문이다. 가족이란 그래서 세파 가운데 우리가 그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해도 다시 일어 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발전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후 베이비 붐 시대와 보릿고개를 지내며 오직 자식만이 유일한 희망이라 여기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산업 역군으로서 비지땀을 흘린 우리 부모 세대다. 고단한 세대를 자식 세대에게만은 물려 주지 말자는 일념으로 나라와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평범한 우리의 부모 세대가 참 감동스럽다. 그래서 가장 위대한 의미는 가장 평범한 것에 있다. 영화 국제시장은 그래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위대한 우리 아버지 세대의 지난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으로 그려내고 있다.
 지나간 세대를 다가올 세대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전후 질곡의 시대를 살아 온 우리 부모 세대는 돌아 가시고 우리 때도 결국 이 시대를 떠나야 하는 것은 진리다. 망각의 시간도 세월 속에서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산과도 같은 자식들을 향한 사랑은 늘 우리 가슴에 새기며 잊지 않고 자랑스런 훈장처럼 반짝이며 살자. "아버지 그동안 힘들었어예. 그래도 내 이정도면 잘 살았지예" 명절에 모인 자식들과 손자들이 웃고 떠드는 바로 옆방에서 눈시울이 붉어진채 오열하는 주인공 덕수의 대사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 온 관객들에게 감동어린 뜨끈한 눈물을 적시게하기에 충분한 영화 국제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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