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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하지만 10년 전에 끝난 국립대 유치 운동을 다시 벌이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울산에 더 이상의 대학 유치는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건 더더욱 아니다.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그 혜택을 차별 없이 누리는 건 국가의 책무이자 국민의 권리다. 이는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교육이라 해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사안이다. 논의는 이러한 교육 수급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 불일치 문제에서 출발한다. 바로 울산의 문제다. 울산의 대학교육 홀대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울산의 대학교육 여건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낸 데는 이달 말로 예정된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울산과학기술원 전환 때문이다.

 알다시피 UNIST는 1992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3년간 벌인 울산시민의 국립대 유치 운동의 결과로 설립된 울산 최초 유일의 국립대다. UNIST는 국립대가 없는 유일한 광역시라는 멍에를 벗게 해준 대학이다. 울산 지자체의 전폭적인 재정지원에 힘입어 2009년 3월 개교 이후 국내 정상급 대학으로 성장했다. 고등교육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던 울산시민에겐 위안거리이자 자긍심이었다. 그런 UNIST가 교육부 소속의 국립대에서 미래부 소속의 연구기관인 특수대학교로 체질이 완전히 바뀐다. 신입생 수도 한해 800명대에서 360명으로 준다. 국립대 대신 국책연구기관이 생기는 것이니 울산시의 입장에선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하지만 자녀의 대학 진학을 걱정해야 하는 울산의 학부모 입장에선 상실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씻고 닦고 해봐야 단 두 개뿐이던 4년제 대학이 하나로 주는 것이니 오죽하겠는가.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UNIST의 과기원 전환을 계기로 국립대 유치운동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대학이 넘쳐나는 상황이라 신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타 도시 국립대의 울산 이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10여 년 전에 경험한 터다. 분명한 건 '불평등한 고등교육 혜택의 개선'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국립대 유치운동 부활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유효하지도 않다는 거다.

 하지만 지역 대학교육 여건이 국립대 유치 운동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마당에 팔짱만 끼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UNIST의 과기원 전환으로 지역 고졸자의 지역대학 진학 여건은 국립대 유치 운동 이전보다 더 악화된다. 당시 한해 1만3,000명의 고졸자 중 지역 대학 진학자를 제외한 타지 유학자는 8,000명 선이었으나 지금은 1만 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울산의 학부모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교육비는  연간 1,5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울산의 열악한 대학교육 여건은 더 분명해진다. 전체 고졸자 1만6,873명 중 대학진학률은 80.67%(1만3,612명)에 달한다. 울산의 대학 신입생 정원이 4년제(울산대, UNIST) 3,872명과 전문대(울산과학대학, 춘해보건대학) 3,060명을 합쳐 총 6,932명인 점을 감안하면 진학자의 절반 정도는 수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울산 고졸자의 지역대학 입학생은 4년제 대학의 경우 1,300명에 불과하고 전문대를 포함해도 4,000명(추정)을 넘지 않는다. 결국 한해 1만 명에 달하는 울산 학생들이 외지 대학을 찾아 힘든 유학을 선택해야 하는 거다. 다른 곳에선 대학이 많아서 퇴출을 고민하는 마당인데 울산은 없어서 아우성이니 미스매치도 이런 미스매치가 없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지만 이것이 울산 대학교육의 현주소다.

 전국 지역별 4년제 대학 수만 봐도 울산의 여건은 터무니없다. 38개 대학이 있는 서울은 그렇다 치더라도 인근 부산이 국립 3개와 사립 9개를 합쳐 12개나 되고, 울산과 시세가 비슷한 광주와 대전은 각각 10개와 11개다. 인구 26만의 경북 경산시는 10개, 경주도 3개다. 인구 120만의 울산은 대학교육 혜택에 관한한 중소도시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달 말 UNIST가 과기원으로 전환되면 앞으로 고졸자의 탈울산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매년 80~100명 정도의 지역인재를 뽑던 UNIST의 입학문이 좁아지면서 울산 출신 입학생은 40~50명대로 감소할 거다.

 정부는 '4대 개혁'에 포함된 교육개혁의 핵심을 대학구조 개혁으로 삼고 있고,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대학의 수요·공급 미스매치 해소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울산의 대학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동네에 우물이 많으니 절대 파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질은 고사하고 양조차도 만족할 수 없는 대학교육의 여건 하에서 울산의 학부모들이 겪고 있는 고초는 안중에도 없다는 투다. 앉아서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기엔 울산이 처한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 심각하다는 현실 인식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립대 유치 운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대학교육 문제의 공론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젠 '울산시립대학교 설립'을 생각할 때가 됐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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