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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봉은 낙동정맥이 가지산에서 석남터널을 지나 능동산에서 허리를 틀어 남서진하다가 배내고개에서 다시 솟구쳐 간월산을 지나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준봉으로 '영남알프스'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배내봉은 밝얼산과 오두산을 지척에 두고 간월산과 이웃하고 있으며, 간월폭포, 안간월폭포, 장군폭포 등 비경을 품고 있다. 또한 봄철의 진달래능선, 여름철이면 골짜기마다 더위를 피해 찾아온 야영객과 피서인파가 북적대며, 가을철이면 억새평원이 장관을 이루고, 겨울철이 시작되면 안간월폭포의 빙벽 타기 등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다.


낙동정맥 분기점 산행의 요충지 역할
저승골 입구부터 이어지는 폭포 장관
단풍·은빛억새 물든 가을산 정취 절정


▲ 저승골 입구에 있는 폭포. 저승문 폭포로 불린다.
# 간월산자연휴양림 입구서 출발
들어가는 사람은 봤어도 나오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는 저승골! 제발 저승골에 가지마시라!
 이곳은 옛날 70살이 된 늙은 부모를 자식이 지게에 지고 내다 버렸던 곳이었고, 쫓기는 자들의 은둔처였으며, 숯을 구웠던 숯 구덩이와 숯 군들의 움막 터가 군데군데 있었던 곳이다.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으로 대낮에도 하늘을 보기 힘들 정도로 온통 하늘은 밀림으로 가로막고 있다.  
 저승골을 찾아가려면 언양에서 부산방면의 시외버스를 타고 작천정 입구에서 하차해야 한다. 작괘천 옆 도로를 따라 등억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등억방향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으나 시간을 맞추기가 그리 쉽지 않다. 자기차를 이용할 경우 등억 온천단지 도로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직진하면 간월산자연휴양림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이후 줄곧 올라가다가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홍류폭포로 들어가는 입구 온천교에서 오른쪽 홍류상회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알프스산장과 천상골가든 이정표가 보인다. 산행은 간월산자연휴양림입구 삼거리에서 시작된다.
 도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물탱크가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내려서면 철 계단이 있다. 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채석장이 나온다. 채석장을 오른쪽에 두고 계곡 옆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일명 저승골의 저승문이라 불리는 작은 폭포가 보인다.


 먼저 저승골의 저승문 역할을 하는 저승문부터 열어보자. 저승골 입구에 있는 폭포는 저승골과 식식이골의 합수점 아래에 있는 폭포로 높이가 3m, 폭이 5m 정도 되는 폭포다. 여름 장마철에는 사나운 형상을 하고 아래로 내리꽂힌다. 저승문 역할을 하는 폭포 오른쪽 난간을 타고 철책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저승골 산행이 시작 된다. 폭포를 지나 제법 넓은 바위를 타고 오르다보면 왼쪽 숲속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대낮이지만 하늘은 온통 숲으로 가려져 침침하고 음침한 느낌마저 든다. 과연 저승골의 문턱에 들어온 것일까? 순간 인기척에 놀란 고라니 한 마리가 줄행랑을 치면서 시야에서 사라진다. 나도 까무러치듯 놀라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 
 

▲ 배내봉에서 바라본 간월산과 신불산.
# 고려장에서 유래된 저승골 지명
저승골의 지명은 고려장(高麗葬)에서 유래됐다고 전한다. 고려장(高麗葬)은 늙은 부모를 산속의 구덩이에 버려두었다가 죽은 뒤에 장례를 지냈다는 풍습으로 70살이 된 늙은 부모를 풍습대로 아들이 지게에 지고 산중 깊은 곳에 버리고 돌아오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노인들은 굶어 죽거나, 맹수의 밥이 되기도 했다는 설화다. 저승골은 천상골과 씩씩이 망치골, 천질바위, 선짐재, 저승좌골, 긴등재, 배내봉, 가메봉, 밝얼산 등과 이웃하고 있으며 배내봉 동쪽사면 협곡에 있다.


 조금 뒤 식식이골과 저승골의 물이 합류하는 Y자 계곡입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좌측계곡을 '씩씩이 망치골'이라 부르기도 하는 골짜기이고, 오른쪽은 저승폭포가 있는 계곡이다. 오른쪽계곡을 따른다. 계곡을 타고 오르다보면 작은 폭포도 만나고, 실 폭포가 있는 지점을 통과하면 바로 위로는 쌍폭포가 있는 막다른 곳에 다다른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이렇게 계곡을 타고 바위를 넘고, 때론 우회하면서 오르다보면 옛날 숯을 구웠던 숯가마 터도 보이고 산길은 끓어질 듯 이어진다. 등산로는 계곡을 좌우로 넘나들기를 반복하면서 출발지점에서 1시간가량 오르다보면 저승골의 비경인 저승폭포를 만난다. 
 

▲ 저승골의 비경인 저승폭포.
# 저승골의 '저승폭포'
저승폭포는 전형적인 V자형 협곡사이에 있다. 폭포는 주등산로를 조금 벗어나 있는데, 2단형태의 폭포다. 와폭과 직폭을 겸한 폭포는 높이가 40여m이상 된다.(상단 20m, 하단 20m) 평소 때에는 흐르는 물의 양이 적어 실 폭포에 불과 하지만 여름 장마철 뒤에는 주변의 작은 폭포와 더불어 50여m 이상의 물줄기를 자랑한다. 또한 폭포 아래에는 둘레가 20여m나 되는 소(沼)가 있어 인상적인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이 폭포가 겨울철로 접어들면 폭포전체가 꽁꽁 얼어붙어 빙폭을 만드는데 그 모습 또한 장관이다.


 저승폭포에서 폭포 위로 올라가려면 직등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당한 주의를 해야한다. 오른쪽계곡 또한 만만치 않은 곳이다. 안전한 길은 올라왔던 주 등산로를 따라 30여m 되돌아 나와 우측 산자락을 가로지르는 게 좋다. 저승폭포 우측사면을 따라 주 등산로를 합류하면서 저승폭포 상단에 오르면 골짜기 곳곳에는 높이가 4~5m쯤 되는 폭포들이 연거푸 하얀 물살을 뱉어내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소(沼)와 담(潭)도 보인다. 저승폭포에서 30여분정도 계곡을 타고 오르다보면 또 하나의 폭포가 숨어 있다. 높이가 5m 정도 돼 보이는 폭포로 '저승골 이끼폭포'라 부르고 싶었다. 이끼가 수북이 덮인 바위를 가르며 고요한 골짜기로 흐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작은 폭포를 지나면 계곡은 물길을 다하면서 가파른 너덜길로 바뀌고, 군데군데 칼날 같은 돌들이 너부러져 있다. 아차, 하는 순간 발목이 날아 갈수도 있을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조심에 또 조심을 하면서 오르다보면 배내봉이 가까워질 무렵 밝얼산에서 올라오는 임도길을 만나고 왼쪽으로 오르막길을 조금만 더 오르면 배내봉(966m)에 올라선다.

▲ 배내봉 일원에 피어 있는 가을 억새.
# 군데군데 전망바위 경관 감상 안성맞춤
배내봉은 낙동정맥이 지나가는 분기점으로 산행시 산행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하다.
 정상에 서면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을 비롯해 고헌산, 재약산과 천황산, 신불산과 간월산이 서로 자웅을 겨루듯 사방으로 펼쳐지고 가메봉과 밝얼산은 손에 잡힐 듯하다. 이곳 배내봉 역시 최근 정상석을 바꾸어 놓았다. 가지산과 신불산의 정상 표지석을 바꾸어 놓은 것처럼 말이다. 행정당국의 획일적인 모습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승골에서 출발해 이곳 배내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행이 다소 힘이 든다고 느껴졌다면 하산을 할 수 있는 등산로가 여러 곳으로 열려 있다. 가깝게는 배내고개(재)로 내려 갈수도 있고, 원점회귀를 하려면 가메봉과 밝얼산 방면으로도 하산이 가능하다. 배내봉 부근에서 약간의 휴식겸 식사를 한 뒤 간월산 방면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가을로 접어드는 산 능선길은 군데군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가을억새가 손을 흔들며 이방인을 반기기도 하는데, 좌우로 펼쳐지는 경관을 감상하면서 걸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


 군데군데 있는 전망바위에 올라 주변의 경치도 살펴본다. 멀리는 천성산이 운무 속에 아련하고, 울산 쪽의 문수산과 남암산은 두 개의 사발을 엎어놓은 듯 하고, 간월산과 간월공룡능선, 신불산 공룡능선은 그 위용을 자랑하듯 장엄하게 보인다. 특히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이어지는 언양 방면의 조망이 기가 막힌다. 저승골 계곡도 온전히 내려다 보인다. 전망바위를 지나고 간월산 1.5㎞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지나면 산길은 다시 약간의 등락(登落)을 거듭하게 되고, 30여분 뒤 배내봉과 간월산의 중간기점인 912m봉우리에 도착한다.   다음주에 계속
 산악인·중앙농협 정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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