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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고위급 수행원이 탄 특별 열차가 대륙을 가로질러 베이징을 다녀왔다.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생일날인 지난 8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4차 정상회담을 했다. 김정은의 방중(訪中) 일정은 평양을 떠난 날부터 계산해 7~10일 3박 4일간이다. 지난해 3월과 5월, 6월에 이은 네 번째 방중이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전통적으로 열차를 애용했다. 김일성 주석은 해방 이후 사망 때까지 특별 열차로 중국과 러시아를 오갔다. 중국은 총 25번, 러시아는 4번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로 열차를 이용했다. 테러의 위험성 때문에 항공편보다 열차를 이용했다는 얘기는 김일성보다 김정일 위원장의 열차 이용에 따라붙는 분석이다. 김일성이 특별 열차를 타고 중국과 러시아를 오간 건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도 있지만, 북한 조종사들의 실력을 믿지 못해 열차를 자주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김일성이 항공편을 전혀 이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86년 소련을 방문했을 때 항공편으로 모스크바를 찾았다. 이 때 소련이 제공한 항공편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일은 1994년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특별 열차를 타고 중국을 7번, 러시아는 3번 방문했다. 김일성보다 상대적으로 방중 방러 횟수가 적어 '은둔의 지도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김정일은 테러 위험성과 폭발 등 사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항공편을 전혀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는 비행편보다 상대적으로 비상시 대처가 유리하다. 이 때문에 비행 공포증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탔던 특별 열차 객차는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유품관에 전시돼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방중했을 때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탔던 객차가 아닌 자신이 선택한 최고급 사양의 객차를 따로 제작해 사용했다. 이번 김정은의 열차 이용은 자신이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연장에 있다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타는 특별 열차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이른바 '백두혈통'만 타는 '1호 열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 방중 당시 애용한 전용 열차와 외양이 매우 유사하다.

중국에서 목격된 특별 열차는 과거 김정일의 전용 열차와 닮은 꼴이다. 짙은 녹색 바탕 위에 선팅 처리 된 창문 아래로 노란색 줄무늬가 그어져 있다. 이번 특별 열차는 김정일이 탔던 전용 열차를 개량했거나, 같은 기종의 다른 모델로 보인다. 과거 번호판이 'DF-0001'로 표기됐던 것과 달리, 이번 특별 열차는 'DF-0002'로 적혀 있다. 이른바 '백두혈통'만 이용해온 1호 열차답게 객차 내부는 상당한 수준의 보안과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객실창이 방탄 처리돼 있고, 평양과 원활한 연락을 위해 위성 전화 등 첨단 통신 장비가 구축돼 있다. 선로 점검 등을 위해 쌍둥이 열차인 선행 열차가 나란히 이동하는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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