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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으로 불린 김정은의 베트남 행이 마무리 됐다.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지난 23일 밤 중국의 변경 도시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 진입해 중국 땅에 첫 발을 들여놓은 이후 베트남 랑선성 동당시까지 60여 시간을 내달려 26일 오전 대장정을 마쳤다. 약 60시간에 걸쳐 4,500㎞를 주파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60여 시간 동안 중국의 6개 성과 1개 직할시, 1개 자치구를 통과했다. 과거 동독에서 수입한 30년 된 열차로 알려진 특별열차는 최고 100㎞ 이상은 달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특별열차가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베트남까지 내달린 데는 시진핑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정은의 중국 열차 종단 기간 동안 중국당국은 '극도의 보안'으로 배려했다. 지금까지 중국 언론은 자신의 땅을 지난 김 위원장 동선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모양 아무런 보도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을 위해 평양을 떠났다고 전한 게 거의 전부다. 열차 통과로 중국의 열차 사정은 엉망이 됐고 중국 국민들의 비난이 가세하고 있지만 철저한 보도 통제로 북중간 혈맹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김정은의 열차 고난의 행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깔려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번 열차 방문을 두고 고도의 정치학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상황이다. 60시간이 넘는 열차 행군을 감행한 김정은의 복심은 대략 세 가지로 추측된다. 하나는 고 김일성 주석은 1958년과 1964년 두 차례의 베트남 방문 당시 평양에서 열차를 타고 중국 베이징(北京)까지 이동한 뒤 베이징에서 중국 항공기를 빌려 타고 광저우(廣州)에 들렀다가 다시 하늘길을 통해 하노이에 도착한 여정을 일부 답습해 할아버지 코스프레를 선보이겠다는 의도다. 이를 통해 체제선전과 대미 협상력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본 것이 김정은의 복심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중국을 열차로 관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한엔 중국이란 튼튼한 뒷배가 있다는 걸 각인시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중국과 베트남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정은은 중국 광시(廣西)성에서 베트남 랑선성으로 직접 열차를 타고 넘어가며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서 벌어지는 교류 및 무역의 현장을 직접 챙겨보는 현장학습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베 변경 무역의 실상을 현지에서 직접 봄으로써 장차 크게 열리게 될 북·중 변경 무역의 방향과 관련해 교훈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무엇보다 뉴스의 초점이 된다는 점이다. 60시간 내내 세계의 언론은 김정은이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나에 관심을 보였다. 가는 곳곳마다 추측성 보도가 잇따르고 주요 언론은 중계방송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만한 뉴스 독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이벤트는 5시간 짜리 비행기 방문으로는 누릴 수 없는 호사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강대국의 심리를 잘 이용할 중 아는 김정은의 속내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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