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당 대표와 함께 만나자, 안된다, 1대1로 만나자. 내용보다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샅바싸움이 영수회담으로 옮겨 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5당 대표 회동에 대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대1 회동으로 역제안을 하자, 청와대가 '조건부 1대1 회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정제안을 하는 등 만남의 형식을 두고 밀당이 계속되고 있다. 군소정당을 배제한 채 대통령과 맞상대하겠다는 제1야당의 자존심과 정국 주도권을 한국당에 내줄 수 있다는 여권의 방어론이 맞서고 있다.

'영수회담(領袖會談)'에서 영수는  옷의 옷깃과 소매를 말한다. 이 말이 어떻게 지도자,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이 되었는지가 궁금해진다. 영수는 비슷비슷한 사람 중에 특별히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뜻으로 썼다. 옷깃과 소매는 옷의 가장자리라서 접촉이 빈번하여 닳기가 쉽고 때도 잘 탄다. 그래서 예전에는 옷깃과 소매 부분의 가장자리를 검은색이나 짙은 빛깔의 천으로 둘렀다.  특별한 옷감으로 옷깃과 소매 부분을 두르다보니  이 부분은 두드러져 보인다. 사람으로 치면 대표적인 인물을 나타내는 말이 된 셈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단독으로 만나는 1대1 회동은 대통령이 제왕적 총재로 여당 대표를 겸하거나 여당을 좌지우지하던 과거 '보스 정치' 시절의 산물이다. 1대1 만남이라는 형식만으로도 제1야당 대표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대통령이 주요 현안을 야당 대표의 양해를 얻어 담판을 짓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전통적으로 야당이 선호하는 형식의 만남이다. 이를 깨려고 한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7월 한나라당이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나는 여당의 영수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이라며 “민주당과 한나라당 대표끼리 만나 회담하는 게 여야 영수회담"이라면서 거부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상대로 담판을 벌여 정치적 위상을 과시하려는 야당 대표의 요구는 집요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5년 9월 박근혜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결국 수용하는 등 두 차례 영수회담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해 전인 지난해 4월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단독 회담을 가졌다. 지금 정국에서 영수회담은 장외투쟁을 접지 않는 야당과 현안이 산적한 여권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묘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문 대통령이 이미 5당 대표와 회동하기로 제안한 마당에 지금 와서 한국당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원칙론과, 제1야당 협조 없이는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등 국정 운영에 부담이 크므로 한국당 요구를 일정 부분 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현실론이 맞서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로서는 국회 정상화를 외면하고 좌파독재를 외치면서 우경화로 치닫는 한국당에게 굳이 손을 내밀어야 하느냐는 강경론이 벽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국을 푸는 열쇠는 청와대와 여권이 쥐고 있는 법이어서 어차피 꼬인 정국은 이번에도 영수회담으로 풀어가는 방법을 택하게 될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편집이사 겸 국장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