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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는 일련의 자연적·사회적 재난을 경험하면서 각종 재난 상황 발생 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는 교육기관을 비롯하여 사회 전반 각 분야에 걸쳐 재난 대응 안전훈련의 필요성을 재인식하는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매년 학교에서 진행되는 안전훈련 대부분이 단편적이고 일률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학생들뿐만 아니라 담당교사 조차도 그 중요성을 잊고 가볍게 참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안전훈련의 중요성에 대한 이론적 이해와 공감에도 불구하고 훈련의 방법과 효과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 없이 수동적으로 참여했었던 교사 중 한명이었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가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어린이 재난안전훈련> 시행학교로 선정돼, 지난 4월 22일부터 5주간에 걸쳐 관련 유관 기관의 협조 속에 온산소방서와 삼정초등학교 119소년단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어린이 안전지킴이 동아리 학생들이 실제 재난대응훈련 전반을 주도하는 체험형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은 어린이가 재난 훈련의 주인공이 되어 '재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학습에서 부터 시작하여, 재난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발견한 우리 학교의 취약요인에 따라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을 직접 설정해 훈련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각종 안전 체험 및 교육을 통해 익힌 재난 대응 역량을 마지막 5주차에 전교생과 교직원, 학부모 및 유관 기관이 참여하는 최종 재난대응훈련에서 각자의 역할에 따라 실천해보는 학생 중심의 안전훈련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 매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함에 있어 안전지킴이 동아리 학생들에게서 놀라운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1주차에는 '재난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화재요', '지진이요'라고 단순히 답하던 학생들이 '위험요인(지진, 화재)이 발생했을 때 그 곳의 취약요인과 만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답변 할 수 있게 됐고,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안전 교육을 잘 받는 것임을 알고 이를 다른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자신들이 선정한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 요령을 익히기 위해 울산 안전체험관과 온산소방서를 견학했을 때, 장난스러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뭇 진지한 자세로 관련 안전 체험을 하고 유관기관의 역할을 탐색하기도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막바지인 우리 학교 전체 구성원과 재난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재난 대응훈련(지진으로 인한 화재 및 붕괴 대응)에는 모든 동아리 구성원이 사명감을 가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여 실제 재난과 같은 훈련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훈련을 주관한 동아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구성원들에게서도 일어났다. 교사를 비롯한 우리 학교 교직원은 이번 훈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막연히 서류상으로만 확인했었던 재난 시 역할과 대응 방법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음을 내부 평가를 통해 확인 됐으며, 학부모님 역시 체험 중심의 안전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훈련 후기를 전했다.


결과론적으로 지난 5주간 운영과정을 돌이켜 보면 이번 재난안전훈련은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관심에서 시작됐으나, 학습과정에서의 보조 역할수행을 통해 각각의 행동 요령과 안전의식 개선 필요성을 교직원 및 학부모를 아우르는 학교 구성원 전체에게 전파돼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안전교육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훈련을 마무리 하며 2년 전 포항 지진의 여진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교실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나는 책상 밑으로 대피하는 행동요령을 어색해 하며 즉각적으로 피하지 못했었던 반면, 학생들은 주저함 없이 몸을 움직여 책상 밑으로 대피하여 자발적인 안전조치를 실시했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지진 대응 요령의 필요성과 방법을 몸으로 익힌 학생들과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던 나와의 차이가 나타난 순간이었다. 잠깐의 시간동안 일어났던 순간의 선택은 실제 위험 상황이 발생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었다. 누군가의 삶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간'을 결정하는 안전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해, 훈련의 효과 향상과 인식 개선을 위하여 개개인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그 파급 효과가 최대한 전파 될 수 있는 훈련 방법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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