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의 조선해양산업은 약 20여 년 간 글로벌리더로 호령했으나 물동량 감소, 해양플랜트 위기, 중국/일본의 도전,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등으로 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고부가가치 LNG선박으로 위기를 지나는가 싶었는데, 계속되는 구조조정, 인수합병 및 본사이전 등으로 또 다른 혼란과 어려움이 울산의 눈앞에 놓여 있다. 시련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미래학자 스티브 사마티노는 “변화를 원한다면 스스로 먼저 시작하라. 기다리지 말고, 누군가에게 허락받지 말고, 그냥 시작하라. 그리고 누군가가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시도할 때는 리스크(위험)에 대해 묻지 말고, 새로운 기회·미래에 대해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이 실천해야 할 명제인 것 같다.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해온 울산에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들고자 수소산업, 해상풍력, 원전해체, 동북아 오일허브 등 굵직한 대형 사업을 발굴·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의미 있는 '조선해양 스마트선박 사업'을 소개드리고자 한다.


울산에서 기획하고 준비했던 'ICT융합 전기추진 스마트선박 건조 및 실증'사업(이하 '전기추진선박')이 지난 4월 24일 산업통산자원부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 보완대책'에 추가됐고, 이번 국회추경이 확정되면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전기추진선박은 약450억 원을 투입하여 2022년까지 선박건조와 핵심기자재 및 해양콘텐츠가 개발·탑재되고 시운전이 끝나면 2023년부터 운항될 예정이다.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전기추진선박의 국가적 의의와 울산의 기대효과에 대하여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 선박기술이 친환경 스마트선박에서 자율운항선박, 무인선박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 최초 2,500톤급 중형 LNG전기추진(DF) 스마트선박 개발 및 상용화는 우리나라가 기술표준을 선도함으로서 LNG에 이어 또 다른 고부가가치선박으로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둘째, 미세먼지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컨테이너 1척의 황산화물(SOx) 배출량은 디젤승용차 5,000만대, 초미세먼지(PM2.5)는 트럭 50만대 배출량과 같은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KMI분석). IMO는 배출가스 규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항만 대기질 개선 특별법'에 규제를 받게 된다. 조건 미충족 선박은 입출항과 정박, 하역이 금지됨에 따라 친환경선박 대체수요를 흡수하고 대기질을 개선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 육성, 즉 조선해양기자재 기업의 경쟁력 강화이다. 선박 건조능력은 유럽→일본→한국으로 이동했으나, 조선해양기자재는 아직도 유럽과 일본이 시장의 대부분을 석권하고 있으며, 우리나리는 세계 4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육상'테스트 및 인증을 획득해도 실제 배에서 검증된 Track Record(실적)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서 선주사의 메이커리스트(Maker List)에 등록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 때문이다. 국내에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실선'테스트환경이 전무한데, 전기추진선박은 선교 및 특수기자재 등의 운항환경을 이중화해 제품성능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4차 산업혁명의 쌀과도 같은 운항데이터를 수집하고 오픈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생태계플랫폼에 의한 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현재 운항하고 있는 고래바다여행선을 2023년에 전기추진선박으로 대체하면 관광활성화와 해양콘텐츠 신산업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고래바다여행선은 공해, 멀미에 노출되어 승선환경이 열악하고, 고래를 목격하는 확률이 떨어지며, 고래 이외의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나 크루즈 기능이 미흡하여 승객감소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전기추진선박은 고래바다여행선의 단점을 보완하여 대형화(무게 500GT→2,500GT, 길이 약50곒→약100곒), 고속화(12knot→16knot), 첨단화(최신영상, AR/VR, 드론), 안전극대화를 실현할 계획이다. 또한 미 운항되고 있는 겨울에는 기자재기업 테스트에 활용하고, 야간에는 세미나, 연회, 결혼식 등에 활용함으로서 체류형·체감형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주 15개 중소기업을 인솔하여 노르웨이 전시회와 하우게순시, 해사청, 오슬로대학 등을 방문했다. 세계최대 조선해양 전시회인 노르쉬핑(Nor-shipping)에서 유럽의 앞선 기자재 기술력과 2030년에 상용화가 예상되는 자율운항선박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았고 바다, 산 등 자연을 먼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사고가 친환경산업에 대한 연구로 이어져 부유식 풍력과 자율보트·전기추진선박(소형)을 만들어 상용화되는 '그린프로젝트'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피부로 느끼면서, 늦었지만 우리도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새로운 각오와 전기추진선박에 대한 미래모습을 구상하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됐다.


현대·미포에서는 지금까지 30여종의 세계일류상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전기추진선박으로 또 하나의 세계일류상품이 탄생되고 운항데이터플랫폼, AR/VR해양콘텐츠 및 기자재산업 활성화로 '울산형 4차산업혁명 성공모델'이 되어 제2호(자율운항 수소선박), 제3호(무인선박)의 미래선박 선순환 모습을 그려 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