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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울산에 거주하며 설치미술작업(장소특정예술)을 한지 올해로 8년차가 됐다. 지난 8년간 울산 예술은 다양한 모양새로 변화해왔다. 처음 울산으로 돌아왔을 때 주변에서는 굳이 울산에서의 작업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서 모두 의아해했다. 젊은 작가들이 울산을 떠난 뒤였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는 꽤 많았으나, 그것 역시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였다. 8년이 지난 지금, 그사이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움직임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 때보다 훨씬 많은 수의 작가들이 울산에 거주한다.


원로작가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도 많아졌고 지자체나 단체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와 울산문화재단이 생기면서 지속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또한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타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울산으로 유입되면서 새로운 교류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이는 어쩌면 울산은 더 이상 문화의 불모지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실히 울산에서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8년 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아무래도 조소나 조각과 같이 정형화된 장르가 아닌지라 소분류가 분명치 않은 까닭 등으로 처음에는 단체나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서 활동을 한다는 것에는 아무래도 제한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한국에서도 예술분야의 다양성이 인정되기 시작했고, 범세계적인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더 이상 어렵지 않아지는 등 처음 한국에서 작업을 했을 때와는 환경이나 조건이 많이 변함으로 인해 더 이상 제한이 아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처음 '장소특정예술'이라는 형태로 전시를 했을 때는 사실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 장르에 대한 설명을 더 많이 해야 할 만큼 미술은 그림, 조소 혹은 조각 등으로만 인지가 됐는데, 지금은 현대미술, 동시대 미술을 하나의 장르로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커져 미술에 대한 이해가 관대해짐으로써 그 개념을 설명하는 데 있어 보다 더 수월해졌다.


하지만 울산은 아직도 다른 대도시에 비해 전문 큐레이터와 전시기획자의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이 아쉽다. 물론 지금 울산에는 실력이 좋은 문화기획자들이 많이 있다고들 하지만 문화기획자와 여기서 말하는 전시기획자는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이해가 되어야 한다. 유럽에서 처음 작업을 시작한터라 큐레이터의 중요성을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는데, 돌이켜보았을 때 울산은 유럽에 비해 전시큐레이터가 정착하고 기획하기에 적절한 기반 등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2017년 신진예술가로 선정돼 울산에서 전시를 했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작품 제작은 물론, 홍보, 마케팅을 비롯한 크고 작은 일 들 역시 작가의 몫이라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주변의 도움 덕분에 놓칠 수 있었던 여러 부분을 다행히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사실 이런 상황은 비슷한 기반의 작가라면 누구든 한 번 이상은 경험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보니 최근 2년 동안은 울산이 아닌 주로 해외와 타 지역에서 전시를 이어갔는데 작업실은 울산에 두고 왜 타지에서 작품을 꺼내는가에 대해 고민했을 때 의 답은 항상 큐레이터와 기획자에 있었다.


작가가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 좋은 큐레이터, 좋은 기획자를 찾아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닐까. 물론 여러 지역에서 작품을 꺼내 보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울산을 주 무대로 하는 작가들이 울산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울산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가지고 오는 것은 작가의 역할이라기 보단 좋은 큐레이터와 기획자의 몫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본다. 이제는 다른 변화와 더불어 조금 더 욕심을 부릴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다. 앞으로는 작가와 더불어 많은 큐레이터와 전시기획자들이 울산을 찾았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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