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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 때 조기 취업이 되어 약 7년간 꾸준히 직장생활을 했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됐다. 육아를 친정과 시댁에 도움을 청하기 어렵고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기에는 아직 우리나라의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부족했다. 결국 육아를 전담해야 했다. 그래도 경력이 있으니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면 또 금방 취업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참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적극적으로 취업의 문을 두드렸는데 주부로서 시간제한이라는 약점만 확인하곤 할 뿐이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은 불가능할 것만 같고, 반복된 실패는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충고로 다가왔다. 그냥 육아에 전념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7년의 시간이 흘렀다. 경력만큼 경력단절의 삶을 보냈다.


그런데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감사함보다 점점 무능력해지는 나의 모습을 보며 자존감은 낮아졌다. 그리고 닥쳐오는 아이들 사교육비 등 가정경제의 미래까지 불안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머무르면 다시 취업을 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들어 재취업을 위해 중구일자리지원센터를 찾았다. 센터에서 육아휴직, 병가 등 공무원 결원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임기제공무원을 뽑는 시간제 대체인력뱅크 모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젠 아이 둘을 둔 엄마라서 일과 육아를 병행이 취업의 최우선이이서 시간제 대체인력뱅크는 용기 내어 도전해 볼 만했다.


센터의 상담사의 도움으로 이력서용 사진도 찍고 서류를 제출했다. 예전 대기업 인력개발부에 일하면서 면접 진행도 하고 수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봤었는데 정작 내 이력서는 그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그래도 간신히 서류심사에 합격했고 면접을 준비했다. 도서관에서 공무원 면접에 관련된 책들을 빌려 밤새 준비를 했어도 많이 긴장을 했었다. 포기도 생각했지만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을 평가해보고 싶었다. 면접에서 내가 가진 능력과 열정을 표현해보자고 마음먹고 임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센터의 도움이 컸다.


결국 면접을 거쳐 선발된 걸 알고 얼마나 기뻤던지 나를 필요로 하는 조직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드디어 나도 다시 일을 시작하는구나 하고 집에서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서도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시간제로 근무하기에 일찍 끝나 육아와 직업을 병행하고 많지는 않지만 일정한 수입이 있는 경력 여성이 다시 되었다. 내가 있을 자리를 찾은 것이다.


취업 도전은 무엇보다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아침마다 립스틱을 바르는 엄마가 되고, 그 모습을 본 딸이 아침마다 '엄마 예뻐'라는 말을 해준다. 취업 전에는 항상 초라하고 육아에 지친 모습이 있었다면 지금은 출근 준비를 하며 바쁘게 아침을 맞이하는 내 모습이 좋다. 배우 이나영이 tvN 주말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경단녀로 연기했는데 이런 대사가 있었다. '살림이 왜 스펙이 안 되냐. 살림하면서 인내, 희생, 배려 다 배웠고 일이 얼마나 간절한지도 배웠는데 왜'라고. 그 대사에 정말 공감이 된다. 


경단녀로 취업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취업에 살림과 육아는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직장 대부분은 살림과 육아보다 직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장을 위해 가정을 버리라고 외치는 듯하다. 여기서 일하는 엄마는 딜레마가 생긴다. 가정과 나를 위해 직업을 택했지만 결국 양자선택이 다가오고 가정과 아이를 위해 경단녀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맞벌이가 필수적인 상황에도 7년 전과 같이 지금도 육아는 사회문제보다 가정 내부의 문제로 인식되기도 하고 많은 육아지원은 육아와 직업의 병행에 부족하기만 하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육아와 직업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현실적인 지원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나와 같은 주부를 단순한 경단녀가 아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사회일꾼으로 보는 인식개선이 우선시 돼야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와 취업지원이 확대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우리 딸과 세상의 많은 딸들이 일하는 엄마를 예뻐하고 자랑스러워하며, 훗날 자랑스러운 경력여성의 엄마로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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