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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서아름

며칠전 독주회를 끝내고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다. 넘치게 써서 방전된 에너지가 돌아오는데도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동안 연주회 준비로 무리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나에게 스스로의 보상심리가 발동돼 일상으로 돌아가는 걸 미루고 있는것 같기도 하다. 나는 참 게으름을 평소에 꾸역꾸역 참고 사는 편인데 게으름에 날개를 달아준 듯한 그런 요즘이다.  
'쇼팽을 노래하다' 이번 독주회의 제목이었다. 쇼팽 서거170주년, 쇼팽이 요절한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와 같다. 이 나이가 지나가버리기 전에 쇼팽만을 연주하고 싶었다. 올초 아쉬운 1월을 보내며 그렇게 다짐했는데 여운이 남는 7월을 맞이하게 돼 고마울 따름이다.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우는 폴란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 1810~1849). 이름만 들었을때 폴란드인이기 보다는 프랑스인일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아버지는 프랑스인, 어머니는 폴란드인이었다. 폴란드에서 태어나서 인생의 반을 살았고 나머지 반은 돌아가지 못하는 조국 폴란드를 그리워하며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했다. 폴란드의 모차르트라 불리우며 어린시절부터 주목받았던 쇼팽은 유복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잘 컸지만 이십대부터 그의 외로움이 시작됐다. 더 많은 경험과 큰 무대에서 연주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떠난지 일주일 만에 러시아의 압제에 견디다 못한 폴란드의 혁명소식이 들려오고 청년들은 군으로 입대하기 위해 조국으로 돌아가지만 음악가로 계속해서 살아가길 원했던 가족들의 만류로 그는 군대에 입대하지 않았고 조국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했다.

  그후 프랑스로 망명해 파리에서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데 한평생 조국을 그리워하며 그가 남긴 음악으로 그는 지금까지도 폴란드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기려지고 있다. 특히 그는 대부분 피아노곡을 남기며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우는데 피아노란 악기를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그의 곡들은 피아니스트들이 너무나 사랑하기도 하지만 그러기에 그만큼 어렵기도한 특별한 작곡가이다. 2003년 개봉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the Pianist)' 란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에는 쇼팽의 수많은 명곡이 담겨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세계 제2차 대전 독일군이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폭격하며 유대인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 피아니스트였던 블라디슬로프 슈필만(Wladyslaw Szpilman1911~2000)의 전쟁속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독일군을 피해 겨우 살아남은 그는 처참한 몰골로 폭격당한 건물에서 숨어서 지내다 독일군 장교와 마주치게 된다.


   독일군 장교는 그가 피아니스트였다고 말하자 피아노를 쳐보라고 권하는데 그는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주한다. 음악을 사랑했던 독일 장교는 그를 살려주고 그를 돕기까지 한다. 그리고 종전이 되자 바르샤바를 떠나며 그에게 곧 전쟁이 끝날 것을 말해주며 전쟁이 끝나면 무엇을 할지 묻는다. 그는 피아노를 다시 연주할것 이라 답하고 독일 장교는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을 묻는데 그때 그는 자신의 이름 '슈필만'을 말한다. 독일 장교는 피아니스트 다운 이름이라 말하며 떠나는데 독일어로 피아노를 치다는'슈필렌'이고 사람은 '만'이다. 그러니 슈필만이라고 하면 악사라고 할 수도 있기때문에 그의 이름이 너무나도 피아니스트 다운 이름이라고 했던것이었다.


둘이 처음 만났을때 그들의 짧은 대화 "당신은 전쟁전에 무엇을 했는가? /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나눈 짧은 대화 "당신은 전쟁이 끝나면 무엇을 할 건가요? /피아노를 연주 해야겠죠" 이 대화가 나는 너무 인상깊었다. 이 영화속의 모든 것이 전달 되는 느낌이 들었다. 쇼팽의 발라드 1번은 영화속 상황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음악이다. 그가 프랑스로 망명해 바르샤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파리에 머물때 조국을 그리워하며 쓴 곡으로 그와 같은 처지였던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의 영웅적 서사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는데 4개의 발라드 중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곡이다. 전쟁중의 영웅적인 내용을 그리고 있지만 그 모든것들이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버린다는 격렬한 곡이다. 영화 속 피아니스트가 발라드 1번을 연주할때의 그 비통한 심정을 그리고 앞을 알 수 없는  처절한 마음이 쇼팽의 그 시절과 너무나 같아서 더욱더 명장면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독주회의 첫 곡은 발라드 1번이었는데 연주때 영화 속 장면을 보여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쇼팽을 노래하다' 나는 쇼팽을 노래하고 있지만 가사없이 노래하다보니 사람들은 이곡을 어려워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연주회 시작 긴장이 흐르고 어렵다고 느껴지고 영화가 나오면 쇼팽의 이야기를 조금 더 편안하게 풀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쇼팽을 노래하다 그렇게 처음 시작을 풀어나갔다.
 (2)에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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