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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가 임단협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면서 파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휴가 후 쟁대위를 열어 파업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파업찬반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합법적 단체행동권 행사임을 강조했지만 자신들의 파업이 무엇 때문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지 아직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합법 파업이라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 노조가 합법적 파업 대신 합리적 노사 상생을 선택한 모습이 왜 국민적 찬사를 받는지 현대차 노조는 곱씹어봐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지, 낮은 생산성과 강성 파업의 대명사로 세간에 각인되어 있다.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없는 기득권 거대 노조의 파업은 결과적으로 노사, 국가·지역경제,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이 큰 대기업 노조의 파업권을 법으로 보호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파업 찬반투표 가결에는 통상임금 소급분에 대한 노조원들의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또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해 파업을 선택했다는 것. 현대차 노조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기아차처럼 통상임금 소급분을 가욋돈으로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며 이웃 입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주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노조의 주장대로 기아차의 통상임금 지급 사례를 현대차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차이점은 판결 결과가 다르다는 것. 중요한 것은 두 회사 모두 법 판결을 따랐다는 점이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에 패소해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법 판결에 따라 노사가 통상임금 관련 세부 사항을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기아차 노조는 회사의 경영상황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해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의 60% 선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통상임금 소송 2심까지 승소한 상황에서 노조의 초법적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판결 결과가 다르다는 가장 중요한 전제를 무시한 채 단순히 기아차가 받았으니 자신들도 받아야 한다며 아전인수격 주장을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사회 기득권층에 가까운 대기업 노조가 법 판결이 유리하면 받아들이고 불리하면 배척하는 모순된 태도로 일관한다면, 어떤 주장을 하든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없다.

설령 법적 이슈가 없다고 하더라도 현대차가 실적 악화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가절감, 미래차 및 전동화 투자 등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가욋돈 요구 투정을 받아줄 여력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실적을 고려하면 임금을 삭감해야 할 판이다. 

현대차는 개별실적 기준 지난해 사상 초유의 적자(-593억 원)를 기록했다. 심지어 IMF 때도 3,000억 원대 흑자였음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수익성 악화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생존을 위한 협력은 고사하고 통상임금처럼 법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권리를 쟁취하겠다며 투쟁의 깃발을 올리는 노조원들의 의식 수준은 매우 안타깝다. 

국내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위기감은 그 어느 때와는 달리 심각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공장 폐쇄, 구조조정 등 경쟁적으로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투자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들 노사는 소모적인 내부 다툼을 벌일 여유도 없이 오로지 미래 생존을 위한 신속한 결정과 상호 협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에겐 임단협 기간 파업이 법적 권리일지 모르겠으나 협력사와 소속 근로자, 그 가족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자신들의 파업이 국내 자동차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하고, 파업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기득권 노조의 갑질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파업 결정에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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