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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초등학교 동기회 총무를 맡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친구들의 근황과 알리는 내용을 효율적으로 하기위해 포털 사이트의 카페를 개설하고 그 내용을 문자로 알렸지만 5명을 제외하고 아무도 가입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카페를 만든 동네가 어디며 개업일과 술도 파느냐고 묻는 친구가 몇 명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잘못은 내게 있었다. 초등학교도 집안일 돕느라고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친구들, 중학교 진학한 동기래야 100명 중에 예닐곱이었으니 말이다. 나름대로 스스로 남보다 배려를 많이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필자가 전국야학단체의 대표시절인 2007년 10월에 우여곡절 끝에 교육부의 평생교육법 전면 개편으로 성인 문해 학습자의 초·중학교 학력인정제를 제정하는 법적 제도를 이끌어 내어 전국적으로 시행이 됐다. 

하지만 정작 울산의 교육청이나 시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고 여러 차례 질의해도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이유로 시행이 되지 않았고 7년이 지난 후에야 초등인정지정을 도서관에, 1년 후에 문해교육기관에 지정했다. 중학교 학력인정제의 지정도 2020년도에 정확히 법제정 후 12년 만에야 울산 지역 학습자들을 위한 지정을 하게 된단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가?  왜 그런가? 울산이라는 도시는, 더 나아가 지방의 공무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기관장들은 왜 그런가?  

지방자치제가 이상적인 제도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조건에서는 중앙정부와 대화를 하는 것이 오히려 수월하다. 능력이 있는 관료들은 거버넌스를 아주 잘 활용한다. 시민사회단체나 이해당사자들과 협력을 잘할 뿐만 아니라 설득을 하기도 하고 또 더러 설득을 당하기도 하면서 사안에 대한 빈틈이 없는 결과물이나 계획서를 만들어 내며 또한 진취적인 미래상을 그려내기도 한다.  

그러나 지방으로 내려오면 시스템이 고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앙부서와 일을 추진할 때는 힘들어도 나무젓가락으로 벽돌을 뚫는 기분이었지만 뚫어지는 감을 느꼈고 결국에는 愚公移山의 고사처럼 결과도 보았으나 지방에서는 종이 뭉치로 강철을 뚫어야 한다. 기관의 장부터 조직 구성원 대게가 법률만 따지고 그나마 제도와 법률에 있으면 다른 지역이 다 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그 일이 중요하고 또 의미가 있는 일은 다른 지역보다 먼저 해야 하고 제도가 없다면 환경을 구축해서라도 해야 하는 일이 더러 있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대체로 바랄 수 없는 너무나 어려운 장벽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자주 착각하는 것이 있다. 다른 이도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인색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공감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 구성원의 자질로서 공감능력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늘 배움에 목말랐던 어린 시절에 처지가 같은 새까만 눈망울의 까까중학생과 예닐곱의 나이로 봉제공장 직물공장 방직공장 다니며 야학도로 등교하던 아이들에게 부산대학교 2·3학년 봉사 교사들과 함께 야학을 이끌던 시절, 나의 지식이 너무 얕은 것을 해결하기 위해 동료 교사에게 부탁하여 대학도서관 회원권을 만들어 일요일마다 영어사전과 옥편을 들고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국어도 가르쳐야 하고 또 한국사도 가르치기에 우선 석사학위 논문들을 마구 훑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주변에 스스로 학습도 하지 못하고 여러 이유로 문자도 못 익힌 이, 중학교를 못 마친 이 등 23세 이상의 잠재적 수요자가 모두 577만2,051(15.7%)명, 울산지역의 경우에는 9만6,396명(2010. 통계청)이나 된다고 한다. 어디 까지나 설문식의 통계조사일 뿐이다.   

어쨌거나 그 통계대로 봐도 10%가 넘는 까막눈의 어려운 분들이 이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법적 제도까지 마련이 되어 있다. 못 배운 한을 풀어 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 노옥희 교육감의 용단과 평생교육체육과, 또 시청 인재교육과의 협력으로 시행될 성인 저학력자의 학력인정시설 지정안을 너무 늦었지만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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