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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다. 말세야~" 어릴 적부터 TV를 보고 있던 어른들로부터 듣고 자랐던 익숙한 소리입니다. 지금이 '말세'라는 뜻인데 그 매년의 '말세'들은 어찌나 생명력이 좋은지 역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서 속의 소돔과 고모라가 그랬고 화산재 속 깊숙하게 사라진 도시 폼페이도 그 '말세'의 시대와 함께 했습니다. '말세'는 그 시대와 동반성장하며 도돌이표처럼 돌고 도나봅니다. 요즘 들어 불안감을 극점으로 달아오르게 만드는 많은 이슈들이 있습니다.  백색국가 제외, 지소미아 협정 종료, 원전 폐기물의 방출과 국제 정세를 흔들어 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이 와중에 북한은 한 달 사이 미사일을 5회 이상이나 쏘았고, 국내에는 경제 불황과 패륜범죄, 장관 후보자의 임용논란과 그 가족의 의혹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안보 어디 하나 편안한 구석이 없습니다.


얼마 전 영화 '봉오동 전투'를 보았습니다. 광복절을 겨냥해 개봉한 이 영화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독립군의 행적을 다뤘습니다. 일본의 잔학상은 역사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화 속에서도 역시 일본군은 잔인하게 그려졌습니다. 영화 개봉 시기와 현재 한일관계를 두고 볼 때, 시의성은 적절했지만 독립군의 활약상과 애국의 마음보다 작위적인 느낌마저 드는 잔인한 화면의 터치가 더 기억에 남아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백색국가 제외로 시작된 일본의 경제 압박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 'NO아베' 운동으로 저희 집 냉장고를 포함한 음식점의 술 창고엔 일본 주류가 사라지고 있고 여행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전 약속됐던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고 오히려 계약 해지로 손해를 본 고객을 위한 이벤트까지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일본 상표임을 빤히 아는 것은 그 사용을 주저하게 됩니다. 국민들의 이 소리 없는 아우성은 나라를 위한 틀림없는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IMF를 경험하며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다는 설움을 알았기에 금모으기에 동참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또한, 박세리 선수의 덧신 한 짝과 하얗게 드러난 발에서 우리는 또 따듯한 응원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자연 발화한 귀한 마음들이 애국이며 애족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영국의 담배회사 인 BAT에서 판매한 '럭키 스트라이크' 에는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원래 이 담배의 케이스는 그린색이 바탕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그린의 바탕색을 흰색으로 바꿨습니다. '럭키 스트라이크의 초록은 전쟁터로 갔다' 이는 담배 케이스의 바탕색인 그린을 만들어 내려면 구리라는 금속이 필요한데 전쟁 상황에 필요한 군수 물자를 만드는데 보태기 위해서 구리를 전쟁터로 보냈으니 얼마나 나라를 사랑하는 회사인가 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광고로 인해 영국 국민들은 럭키 스트라이크를 응원하기 시작했고 브리티쉬 아메리칸 타바코(BAT)는 담배 업계에서 승승장구했습니다. 마케팅은 심리를 다루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이런 마케팅 전략 중 최고가 애국심 마케팅이 아닐까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덧말이 필요 없는 월드컵 박수도 이런 맥락이지 싶습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집에서 늘 싸우던 형제도 밖에 나가면 '형제는 용감했다'를 찍고 들어오는데 하물며 국가의 문제라면 국민에겐 당연한 일 일 것입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기 나라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같은 마음이기에 세계인을 아우르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방송에 출연하며 지구촌 시대를 외쳤고, 윈-윈 하자는 상생의 이야기들이 넘쳐 났는데 지금의 혼란은 웬일인지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망설이게 됩니다. 역사의 잘잘못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하나가 전부가 되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서 벗어난 현명한 우리나라, 현명한 국민이면 좋겠습니다.


나라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에 국민들을 우선 이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먼저 국가가 의지가 되고 우리의 힘이 됐으면 합니다. 큰일에 주저함 없던 학도병도 목숨까지 던 질 수 있었던 독립군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는 헌법 제 1조 2항을 간절히 바랐을 것입니다. 국민으로부터 시작된 주권과 권력이 마케팅의 도구는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나의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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