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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정말 긴 시간이다. 한 세대가 30년이니 삼대가 이어온 세월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란 말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간에게 100년은 쉽지 않은 시간이다. 북구 농소1동에는 100년의 긴 역사를 간직한 호계역이 있다. 1921년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며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계역을 중심으로 농소 지역의 긴 역사를 살펴봐도 좋을 것이다.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 철도가 중요한 이동수단이었을 때 호계역 일원은 농소의 중심지였다. 이후 호계토지구획 정리지구가 상업지역으로 개발돼 신시가지를 형성하고, 자가용의 보편화로 철도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호계역 일원은 구시가지로 물러나게 됐다. 그리고 이제 동해남부선 철도 복선화사업이 준공되는 2021년 3월부터는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된다. 이제 호계역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필자는 호계역이 위치한 농소에서 태어나 농소에서 자란 토박이다. 필자에게 호계역은 추억의 장소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이 곳 농소 사람들에게 호계역은 단순한 기차역이 아닐 것이다.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더라도 호계역이 새로운 기능으로 다시 태어나 지난 100년의 역사를 이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9월 28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호계역에서는 '제7회 100년의 호계역과 홈골의 나눔소리축제'가 열린다. 농소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주관하고, 통정회, 새마을회, 바르게살기위원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여성자원봉사회 등 지역의 자생단체가 함께 참여한다. 호계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홈골이라는 곳이 있다. 이 곳에는 농소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 자연학습장이 있다. 고구마와 감자 등 농작물을 재배해 아이들이 직접 수확할 수 있는 체험행사를 계절마다 진행하고 있다.


나눔소리축제는 호계역과 홈골, 그러니까 우리 지역을 사랑하는 어린이에서 어르신까지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 축제다. 축제 기간 서예와 네일아트, 보드게임, 천아트 등 체험행사가 열리고, 먹거리장터에서는 다양한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오후 4시부터 진행하는 1부 행사는 '호계역과 홈골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바투카타공연, 댄스공연, 실버공연, 모듬북공연 등이 열린다. 라이브 마을방송 '호계다방'도 열리는데,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인터뷰 대상자를 취재해 만든 프로그램이라 눈길을 끈다.


오후 6시부터 열리는 2부 행사는 개회식과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발표회로 꾸며진다. 라인댄스, 고고장구, 전자바이올린, 밸리댄스 등 주민들이 지난 1년 동안 배운 실력을 뽐내는 자리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참가해 프로그램을 즐기고,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농소1동은 매곡동과 신천동 등지에 대규모 공동주택이 건설된 이후 신주거지가 형성되면서, 기존 호계동과 창평동 자연마을 주민들과 지역적 단절을 가져오기도 했다. 호계역은 최근의 이러한 지역 변화를 고스란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호계역을 중심으로 열리는 나눔소리 축제에 더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번 축제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공동주택과 자연마을, 그리고 세대간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호계역 광장이라는 공간에 모여 다함께 축제를 즐기고 소통했으면 좋겠다. 흔히 지방자치의 꽃은 '선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지방자치의 꽃은 '주민참여'라고 말하고 싶다. 참여하는 주민들의 힘을 모아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싶다. 지역 7개 동 주민자치위원장과 구의원, 구청장 등 많은 사람들에게 초청장도 보낼 예정이다. 주말에 잠시 시간을 내어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호계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 보고 축제를 즐겨 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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