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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역동의 산업수도'이거나 '창조도시'이거나 '공업수도'로 인식돼 왔다. 공해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울산을 여전히 굴뚝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 

문제의 핵심은 울산이 가진 반세기의 공업화 역사는 울산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오래된 역사문화의 도시라는 사실은 홍보에 힘이 부친다. 지금 울산은 산업도시에서 문화관광도시로 변화해 가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미래로 가는 방향에는 바탕이 필요하다. 바로 역사다. 울산이 과거 역사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것인가, 문화적 유산을 거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하다.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이 울산의 문화 영토다. 울산은 근대 50년의 역사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신라 1,000년의 모항으로 국제교류의 통로가 됐던 곳이다. 울산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울주'는 이미 이름이 부여된 지 1,000년을 눈앞에 두고 있고 울산 역시 우시산국으로 시작한 역사성이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 이전의 시대는 한마디로 어마어마하다. 무엇보다 울산은 한반도 문화의 서막을 알리는 반구대암각화가 울산문화권의 기둥으로 버티고 있는 도시다. 이미 역사학계에서는 울산을 신라문화권과 다른 북방계와 남방계 문화의 절묘한 조화로 빚어낸 차별화된 문화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힘을 보태고 담론이 활성화된다면 울산이야말로 울산문화권의 오래된 역사는 물론, 가히 역사 문화의 도시로서 그 위상이 바뀔 수 있는 자산을 가진 도시다. 

최근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울산의 역사 기록의 수집과 보존을 위해 가칭 '울산역사편찬원' 등 전문 지역사 편찬기구 설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울산시의 자문기구인 미래비전위원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미래비전위원회 8개 분과위원회 중 하나인 '문화관광체육분과' 위원들은 '울산역사 수집·편찬의 상설화'라는 제목의 제안에서 "지역주민들의 정주의식을 고양시키고 지역정체성 형성을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토대가 울산역사 연구와 편찬이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울산시의 경우 광역시 승격 이후 진행된 울산의 급격한 변화를 본격적으로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사실상 외면하면서 도시사의 산증인과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개인 기록들이 흩어지고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은 지난 1997년에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조례를 제정하고, 2012년에 조례 개정 작업을 하는 등 시사편찬위원회 조례가 제정돼 있지만 상설기구가 없기 때문에 역사편찬이 필요하다는 총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실질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지난 2002년 울산광역시 승격을 기념해 총 6권짜리 '울산광역시사'를 펴낸 바 있다. 서울과 부산, 인천은 시사편찬위원회 혹은 역사편찬원이 상설기구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문위원과문화재과 소속의 임기제 공무원이 상근직으로 활동하면서 학술지 등을 펴내고 있어 울산시와는 대조적이다.

미래비전위원회 문화관광체육분과에서는 울산역사의 수집과 편찬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기구로서 일상적으로 연구, 조사, 자료 수집과 기획을 진행할 수 있는 가칭 '울산역사편찬원'을 상설기구로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설 기구에서는 △울산광역시사, 울산역사총서, 울산사람이야기 등 울산역사와 관련된 역사서를 편찬하고 △고대에서 근·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지역의 사료 및 자료 수집 △개인 소장 자료의 조사 및 수집과 정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연구지원 프로그램, 정기적인 지역사 포럼 등을 위한 연구지원활동 △시청기록관실, 울산도서관, 울산박물관 등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활동 △울산시민을 위한 울산역사교육 사업 등을 주요 업무로 제시했다. 문화관광체육분과에서는 또한 울산공업센터 지정이 60년이 되는 2022년을 기해 울산광역시사편찬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울산을 오가는 많은 이들이 울산에서 보고 간 것 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을 역사문화 콘텐츠라고 입을 모은다. 굴뚝도시로 인식해온 울산이 알고 보니 역사문화의 보고였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을 법하다. 도시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다. 황성동 바닷가부터 대곡리 평원에 이르기까지 움막 짓고 고래 잡던 사람들이 이 도시의 첫 문화인이었다면 세계 최대의 배를 만들고 대륙을 달리는 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이 지금 이 도시의 주역이다. 그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보존하고 관리하는 일은 당장 시작해야 할 소명이다. 제대로 된 지역의 역사는 지역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이는 곧 도시의 자부심이 된다. 울산시는 미래비전위의 건의를 즉각 실행에 옮기는 방안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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