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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에 듬성듬성 새털구름이 떠간다. 저녁나절이면 귀뚜라미소리가 유난하다. 곧 겨울이 올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들판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인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는 엄두도 내기가 어려웠던 책읽기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인구가 해마다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치가 버싹 마른 가을바람으로 불어온다. 


통계청은 2년에 한번 국민독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2017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보면 1년에 1권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이 전 국민 기준 52.6%라고 밝혔다. 언뜻 보면 어느 정도 괜찮은 것처럼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독서율이 이보다 현저히 낮다. 당장 내 주변에서도 책을 읽는 경우를 보기가 무척 드물다. 과거에는 시내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필히 문학서적 한권쯤을 챙겼다. 책을 읽지 않아도 그냥 들고 다니는 것이 일상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삶의 중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책을 읽는 경우가 희귀한 일처럼 되고 있다. 우리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스마트폰 중독자가 됐다. 한순간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배터리가 방전돼 스마트폰이 꺼지면 곧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으로 안절부절 하는 것이 우리시대의 또 다른 초상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서의 공허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현실이다. 가을이면 책과 연관성이 있는 단체들이 독서관련 행사를 개최하지만 이 계절에 국한되는 일시적 행사이다. 다시 말하면 계절적 행사로 그치고 만다. 범 시민운동으로 파급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오락물은 넘쳐난다. 정신이 공허해진 텅 빈 공간을 화려한 대중연예오락물로 채우려는 사람들로 인해 방송사들마다 더 자극적이고 더 화려한 오락물 제작에 사활을 건다. 학생들도 열이면 일곱 여덟의 장래 희망도 연예인이다. 골치 아프게 책을 읽기 보다는 화면에 비치는 연예인들 행동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직면한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학생들의 관심에서 책이 멀어지다 보니 백일장이나 독후감 공모행사 역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0여 년 전에만 해도 일선학교에서 백일장 행사가 5월과 10월에 개최됐다. 학생들은 백일장에 참여하기 위해 서점에서 관련 도서를 찾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최근의 실태를 보면 이런 행사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이유는 백일장을 개최해도 참여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거나 교사들의 요구에 형식적으로 응하는 수준정도라는 것이다. 독서관련 행사 무관심현상은 모든 교육이 입시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초중고과정이 대학입시를 위한 과정이고 또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학원 같은 곳으로 전락해버렸다.


독서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인간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교양서적 읽기는 공염불이 되고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독서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여건의 조성이다. 울산이 타 시·도에 비해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경남 김해시는 2007년부터 독서 장려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독서율도 2015년 65.3%에 비해 2017년도는 약10%가 늘어난 75.2%라고 한다. 독서율 10% 향상은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기적 같은 일이다. 울산전역에 작은 도서관이 약 170개가 있다. 작은 도서관 활성화 방안을 우선 찾아야 한다.


울산문인협회는 최근 시청 대강당에서 북 페스티벌 행사를 개최했다. 약 350명이 찾았다. 일반 시민들은 기대치를 넘지 않았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태풍 미탁이 닥친 날의 행사치고는 엄청난 관심이기 때문이다. 울산문협은 참가한 이들을 위해 독후감 공모행사를 개최했다. 이런 행사가 수시로 열렸으면 한다. 일 년에 한번은 감질나기 때문이다. 인문학 도시를 꿈꾸는 시의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시의 관심을 희망한다. 문인으로서 아쉬운 것은 시가 시립미술관을 짓기 위해 멀쩡하게 있던 중부도서관을 없애버렸다는 점이다. 순서가 바뀌었다. 옮겨갈 도서관을 먼저 짓고 정상운영이 되고나서 시립미술관을 지어야 한다. 그것이 순서다. 현재 중부도서관은 건물을 임대, 소장하고 있던 자료를 보관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시는 최근에 시립미술관 기공식을 가졌다. 하지만 새로 지을 예정인 중부도서관기공식은 언제 개최될지 알 수 없다. 울산에서 독서율이 높아지려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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