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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에 출생한 첫 일왕으로서 즉위를 선언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즉위식을 가졌다. 공식적으로 일왕으로서 면모를 전세계에 알린 셈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 22일 오후 도쿄 지요다 소재 궁전에서 자신이 일본 헌법과 '황실전범'(皇室典範)특례법 등에 따라 왕위를 계승했다며 “즉위를 내외에 선명(宣明, 선언해 밝힘)한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아버지 일왕을 두고 즉위한 나루히토는 전후세대다. 아버지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 고령을 이유로 퇴위의 뜻을 밝힌 뒤 나루히토의 일왕 승계작업이 진행됐다. 일본에서 왕이 생전에 퇴위하는 것은 202년 전 제119대 고카쿠(光格·재위 1779~1817) 이후 없었던 일이라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에 과중한 일들을 해야 하는 아키히토의 호소가 역시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결국 2017년 6월 일본 참의원(상원)은 특례법을 제정해 이번에 즉위식이 열릴 수 있었다.


나루히토 새 천황은 제126대 왕이다. 일본인들은 태양신(太陽神)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御神)의 후예로 기원전 660년 즉위했다고 하는 초대(初代) 진무(神武) 이래 2679년 동안 단 한 번도 왕조 교체 없이 하나의 왕조가 이어왔다고 주장한다. 메이지(明治) 헌법 제1조는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萬世一系)의 왕이 통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언론에서는 일본의 왕을 '일왕(日王)'이라고 표기하는데, 일본인들의 여전히 천황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일본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난 2679년 동안 단 한 번의 왕조 교체 없이 유일 혈통으로 일왕의 가계가 이어졌느냐는 점이다. 일본 학자들도 고대(古代)에 적어도 두세 번의 왕조 교체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서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일본 지역의 군주는 중국 《삼국지(三國志)》 '위지 동이전(魏志 東夷傳)'에 나타나는 야마타이(邪馬台)국의 히미코(卑彌呼)라는 여왕이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5세기 제25대 부레쓰(武烈·재위 498~506) 천황이 죽은 후 후사(後嗣)가 없자 신하들이 제15대 오진(應神·재위 200~310. 재위기간이 110년이나 된다!) 천황의 5대손을 천황으로 추대했다고 한다. 그가 제26대 게이타이(繼體·재위 507~531) 천황이다. 역사학자들은 게이타이 천황의 즉위를 새로운 왕조의 성립으로 간주한다.


또 상당수의 일본 역사학자들은 일왕의 가계가 백제계와 연관돼 있다고 인정한다. 일본 고대사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한 번도 알려지지 않은 백제계 여왕이 존재했다. 바로 스이코 여왕이다. 스이코는 백제 왕족의 순수한 혈통을 이은 일본 최초의 정식 여왕이다. 스이코 여왕은 백제의 관륵스님을 초빙, 천문지리학을 일으켰는가 하면 한반도의 아악을 이식했다. 어디 그뿐인가. 고구려의 담징을 모셔 금당벽화 등 미술 문화를 일으켰고, 신라 진평왕의 환심을 사, 신라 불교도 도입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것은 양국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뿌리의식이 강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의 뿌리의식이 백제로 이어져 한일 과거사의 재정립에까지 영향을 미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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