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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을 찾아 숲길을 오르다보면 순간 당황스러운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등산복이 아닌 레깅스 차림의 등산객들이다. 남녀 구분도 없다. 최근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레깅스를 입고 산을 오르는 경우가 있다. 뒤에 가던 사람은 시선을 어디에 둘지 망설이기 십상이다. 최근 바로 이 레깅스로 인한 판결 하나가 이슈가 됐다. 레깅스를 입은 사람을 몰래 찍는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가장 최근에 이를 무죄로 선고한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됐다. 지난해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한 여성의 엉덩이 부위 등을 몰래 동영상 촬영하던 남성이 경찰에 검거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레깅스는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을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레깅스는 일상복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라는 주장과 “불법 촬영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의견이 갈렸다.


레깅스는 중세시대 귀족들이나 발레리나가 신었던 타이즈에서 유래했다. 그 이후 '그런지펑크룩(grunge punk look)'이라 불리며 널리 대중화됐다. '그런지 룩'이란 특별한 형식 없이 아무렇게나 입는 것이 특징으로 여러 가지 스타일을 섞거나 반대되는 소재를 사용해 다양함을 표현한다. 색상에서도 서로 반대되는 것을 혼합해 한층 더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레깅스의 인기는 더욱 상승했다.


사실 레깅스는 추운지방의 이누이트들이 '입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 같은 민간용은 물론, 그리스 도시국가나 로마 군인들이 착용하던 정강이 받이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특히 레깅스는 지금은 여성들이 즐겨 입는 옷이지만 과거에는 군인들이 착용하던 각반(스페츠)이 주를 이루던 남자들의 속옷이었다. 외국의 경우 헐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해 일반인들까지도 레깅스를 바지처럼 입고 다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그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몸매가 완전히 드러나는 특징 때문에 엉덩이까지 내려와 덮어줄 수 있는 상의를 입지 않으면 자칫 민망해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가슴이 드러나는 상의와 함께 치마 없이 레깅스만 입는 것은 아무리 첨단 패션을 달린다 해도 절대 유행할 리 없는 패션으로 여겨졌다. 하체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한국 정서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2010년대 중반 서울 강남클럽 등에서 섹시함을 어필하려고 레깅스만 입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추세가 첨차 확산돼 이제 대중적인 옷이 됐다.


레깅스가 대중화 된 것은 하체 라인이 드러나 보이기는 하지만 몸매 보정 효과가 있고, 워낙 편하기 때문이었다. 긴 상의를 입어서 엉덩이 부분을 가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것을 별로 상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최근들어 추운 겨울철, 많은 사람이 보온 효과를 위해 스타킹보단 레깅스를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레깅스는 스타킹보다 보온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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