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덧 한해가 다 흘렀다. 벌써 아침저녁의 공기는 겨울을 맞이하고 있고, 이미 카페에서는 캐럴이 흘러나온다. 이맘때가 되면 항상 성탄절에 대한 왠지 모를 기대감에 마음이 들뜬다. 늘 기다려지는 성탄절이 다가오면 삭막한 공업 도시 울산을 반짝이게 만드는 여러 장식과 함께 성탄 트리로 연말 분위기가 고조된다. 보통 11월 말이나 12월 초가 되면 도시들이 반짝이기 시작하는데, 부산 출신인 필자는 매년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남포동에서 열리는 트리 축제에 들려볼 예정이다.


도시를 수놓은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여러 선물꾸러미와 함께 항상 눈에 띄는 것은 십자가였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가는 종교의 상징 중 하나였겠으나, 성탄절만큼은 십자가 덕분에 더 좋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도 당연할 것이 성탄절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성탄 트리도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예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아름다운 빛을 비출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묵상 가운데 전나무를 솜과 리본으로 꾸미면서 출발했기에 기독교적 의미를 빼고 생각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당연히 12월 25일이 공휴일이지만 놀랍게도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만 봐도 그렇지 않다. 중동 국가에서도 기독교인 직장인들이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원래 성탄절 자체가 기독교 문화인데 한국에서는 종교적인 의미를 초월해 문화적인 행사로 발전한 것이다. 당연히 여겼지만, 어찌 보면 기독교의 절기를 공휴일로 지키는 것부터 주목할만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말에 서울광장에 성탄 트리가 처음 등장했다. 어려운 경제 환경을 넘어서 국가 발전의 의지를 다지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설치됐다. 초기에는 별과 십자가가 번갈아 설치됐지만, 2002년 이후로는 줄곧 십자가로 꾸며진다. 서울 외에도 전남 여수, 경기도 군포, 충남 서산 등 지방자치단체 앞의 트리에도 십자가가 설치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트리의 뼈대 자체를 십자가로 꾸미기도 하고, 성탄 트리를 십자가로 꾸미는 것이 흔하다.


그러나 의아하게도 울산에서는 십자가로 장식한 성탄 트리를 전혀 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출퇴근 길에 마주하는 태화로터리에 꾸며진 성탄 트리는 밝게 빛나지만, 의미가 하나 빠져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성탄절 자체가 기독교 종교의 날이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별보다는 십자가가 더 어울린다.


높이 21m, 지름 15m 규모로 태화로터리를 밝힐 이 대형 트리에 올해는 십자가를 밝게 비추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희망차게 맞아보는 것은 어떨까. 5월이면 울산의 다리 곳곳에 펄럭이는 핑크빛 연등 물결처럼, 12월에는 십자가로 반짝일 울산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