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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석유화학공업의 메카로서 화학물질 취급량이 전국 최대인 울산의 안전을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1월 21일 발대한 특수화학구조대가 어느덧 3주년을 맞았다. 특수화학구조대는 울산의 5개 소방서에 설치된 일반 구조대와 달리 울산소방본부 직할구조대이며 화학·생물·방사능사고 등 특수재난과 테러 대응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구조대다.


총 인원 16명이 교대근무를 해 실제 근무인원은 5명 내외에 불과한 작은 조직이지만, 지난 3년간 특수화학구조대가 걸어온 발자취는 그리 작지만은 않았다. 특수화학구조대는 지금까지 240여건의 유해물질 관련 사고현장에서 안전조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그 결과를 '사고 통계 및 사례집'으로 남겼다. 이와 더불어 국가산업단지 내 유해물질 및 방사선동위원소 취급 현황과 유사시 대응 정보를 조사해 유관기관에 전파하는 등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추진한 결과, 최근 울산 지역의 화학사고 발생건수를 크게 감소시키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수화학구조대는 비단 사고대응과 예방활동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및 교육에도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형 유류저장탱크 화재 진압 실험과 연구를 통해 울산시 '대용량 포 방사 시스템' 도입의 기틀을 마련했고, 유해화학사고 대응기법 향상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해 자체훈련을 충실히 한 결과, 2019년 전국 소방기술 경연대회에서 '위험물질 사고대응 분야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소방공무원은 물론 산업체 관계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훈련시설을 개발해 전국 소방본부에 전파하는 등, 유해물질사고 대응 교육의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특수화학구조대에서 지난 3년간 겪었던 모든 일들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바로 '배움'이 아닐까 싶다. 먼저 '화학' 그 자체에 대해 배우고, 유해물질을 측정하고 분석하기 위한 여러 장비 사용법과 사고 대응 기술을 배웠으며, 이렇게 배운 것들을 다시 타인에게 가르치고 사회에 전파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또다시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 옛 속담이 무색하도록, 지난 3년간의 배움으로 인해 얻은 것은 화생방사고 대응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재난에 대비한 특수화학구조대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걱정만 늘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2012년의 구미 불산 누출사고,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울산 염포부두 화학선박 화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재난은 미처 예측하지 못한 원인으로 갑자기 발생할 뿐만 아니라, 현장 상황의 다양성으로 인해 완벽하게 대응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수화학구조대가 특수재난 전문 대응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교육·훈련 기회를 접하고,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차츰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 여겨진다. 아울러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은 비단 소방대원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도 요구됨을 강조하고 싶다. '안전'이란 결코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며, 한번 얻었다고 해서 영원히 지속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울산소방본부를 비롯한 여러 행정기관에서 사회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없다면 이 '안전'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우리의 안전은 우리 스스로 지킨다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더불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환경 울산" 이라는 공약이 비단 울산광역시만의 공약이 아닌, 내 가족과 이웃을 위한 우리 모두의 공약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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