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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울산혜인학교에서 이루어진 2019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에 참여했다. 평소 뉴스를 통해 크고 작은 화재 사건을 접할 때마다 막연한 두려움과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그러면서 그저 그런 사고를 피할 수 있기만을 기도하며 지냈던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다. 그렇다보니 한켠으론 언제나 걱정이 잔뜩이었다. 무엇보다 장애 학생의 엄마로서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 학생들, 시각장애 학생들, 상황 판단이 미비한 지적장애 학생들이 모여 있는 특수학교의 사고 대처에 대한 우려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학교를 지키고 계신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가 아니다. 아이의 위험대처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 지 누구보다 잘 알아서이다. 이는 장애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이라면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사안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훈련에 참여하기 전부터 현장을 직접 본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 훈련 당일 현장에서 처음부터 상황 종료 시까지 지켜본 결과, 그동안 교내 대피훈련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 실제와 같은 뿌연 연기 속에서 학생들은 대피 상황을 크게 낯설어하지 않았다. 또 안내된 대피경로를 통해 교사의 지시에 따라 비교적 침착하게 이동했다. 학교에서 평소의 교육이 잘 이루어진 덕인지 당황하고 거부하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가상의 상황이었지만, 소방서, 경찰서, 교육청, 병원을 비롯해 관련 기관들의 대처와 화재 진화와 상황보고, 후속 고립자 구조가 숨 가쁘게 이루어졌다.


이때 학생들은 출동한 소방차가 학교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평소 책으로만 보았던 그 장면을 실제로 보는 기회도 됐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마음에 큰 좌절과 상처로 남은 사건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 재난대응에 대한 매뉴얼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장애 아이를 키우는 내게는 여전히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훈련에 함께한 것은 개인적으로 참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우왕좌왕할 겨를 없이 자로 잰 듯 움직이는 대피훈련을 지켜보며 대피, 구조, 화재 진화, 병원으로의 이송 등 모든 과정에 힘쓰시는 분들의 노고를 느꼈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대피와 위험 인지에 대해 참교육이 된 것 같아 안도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사고가 어느 곳에서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혹 피할 수 없는 사고를 위한 대피 훈련과 교육은 학생들이 있는 모든 곳에서 꼭 이루어져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이런 기회를 제공해주신 학교와 학생들의 안전 교육과 대피훈련을 성실히 해주신 선생님들과 재난대응 훈련을 제공해주신 교육청 관계자 분들, 이 훈련을 위해 힘쓰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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